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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56, 66세 국가검진 때 폐기능 필수… COPD 조기진단 첫 단추

입력 | 2025-11-20 03:00:00

이은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변인 이사(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은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변인 이사(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내년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한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가 새롭게 포함된다. 폐 기능 검사는 의자에 앉은 채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을 반복하는 검사다. 보통 5분 정도로 완료된다. 간편하면서도 통증이 수반되지 않는다.

폐 기능 검사는 고령화와 대기오염으로 급증이 예상되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한 필수 검사다. 그동안 낮은 질환 인지율과 치료율이 문제였던 COPD 관리 체계의 개선이 기대된다.

COPD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5대 비전염 질환이며 전 세계 사망률 3위에 해당하는 중증 호흡기 질환이다. 국내에서도 40세 이상 유병률이 12.7%, 65세 이상은 25.6%로, 나이가 많을수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COPD 진료 인원은 약 19만 명에 달하며, 이 중 92%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조기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단순 감기로 오인돼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또 한번 손상된 폐는 회복되지 않는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호흡 능력이 점차 떨어져 결국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다.

국내 COPD 인지율은 2.3%로 매우 저조하다. 그런데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크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2017년도 자료에 따르면 연간 총비용은 약 1조4000억 원. 환자 1인당 비용은 747만 원으로 고혈압(73만 원)의 10배, 당뇨병(137만 원)의 5배 이상이다. 질환은 흔하지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국가 건강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년 폐 기능 검사 도입으로 COPD의 조기 발견율이 크게 향상되고 천식, 간질성 폐질환 등 다른 폐질환의 조기 발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56, 66세는 꼭 검사를 받기 바란다. 학회 차원에서는 정확한 검진 수행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과 질 관리 방안 및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진단된 환자들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내년부터 새로 도입된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어르신의 ‘숨 쉴 권리’를 보장하고 건강한 고령사회를 구축하는 기반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이은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변인 이사(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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