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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

입력 | 2025-11-19 16:31:00

첫 항해 나섰던 초대 함장 등도 탑승
독일서 건조해 1991년 진수한 韓 첫 잠수함
지구 둘레 15바퀴 63만3000㎞ 항해
34년 영해 수호 임무 완수하고 연말 퇴역




해군은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SS-Ⅰ, 1200톤급)이 올 연말 퇴역을 앞두고 오는 19일 마지막 항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장보고함이 지난 18일 다음날 마지막 항해를 앞두고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한 모습. 2025.11.19/해군 제공

올해 말 퇴역을 앞둔 대한민국 1번 잠수함인 ‘장보고함(1200t)’이 19일 마지막 항해를 실시했다고 해군이 19일 밝혔다.

장보고함이 이날 오후 경남 진해 기지 내 군항을 출항해 약 2시간여 항해를 마친 뒤 복귀하자 군항 내 모든 잠수함은 기적을 울리며 축하했다. 마지막 항해엔 30여년 전 초대 함장으로 독일에서 장보고함을 인수해 온 안병구 예비역 준장과 당시 무장관, 주임원사 등도 함께 했다.

안 예비역 준장은 “대한민국 해양의 ‘개척자’였던 장보고함의 처음과 마지막 항해를 함께 해 영광”이라며 “1990년대 초 독일에서 잠수함을 도입해 운용 기술을 배웠던 해군과 우리나라가 30여년 만에 3000톤 이상의 세계 최고 디젤 잠수함 운용국으로 발전한 모습에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보고함은 1988년 독일 HDW 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했다. 1992년 우리 해군이 인수한 뒤 이듬해 6월 첫 번째 잠수함으로 취역했다. 해군은 첫 잠수함의 함명을 통일신라 시대 청해진을 중심으로 해양을 개척했던 장보고 대사(大使)의 이름을 따 ‘장보고함’으로 명명했다.

안병구 초대함장(오른쪽)과 이제권(소령) 장보고함장이 19일 대한민국 1번 잠수함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를 앞두고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장보고함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11.19/해군 제공

장보고함은 1992년부터 2025년까지 34년간 지구 둘레 15바퀴가 넘는 약 34만2000마일(약 63만3000㎞)을 안전하게 항해했다.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한다’는 잠수함사령부의 신조를 완수한 것. 특히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선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30여 척을 모의 공격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으며 대한민국 해군의 우수한 잠수함 운용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2013년 한미 연합대잠전 훈련과 2016년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 등 주요 해외 훈련에 모두 참여한 첫 잠수함이기도 하다.

장보고함은 2023년까지 작전 임무를 수행하다 지난해 훈련함으로 전환돼 잠수함 승조원 교육 훈련과 자격 유지 훈련 지원 임무를 맡아왔다. 이제권 장보고함장(소령)은 “장보고함은 잠수함사령부 창설의 초석을 다진 잠수함부대의 꿈이자 도전의 상징”이라며 “장보고함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가장 깊은 곳에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침묵의 수호자로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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