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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민장벽 높이는 이민자의 딸[지금, 이 사람]

입력 | 2025-11-19 03:00:00

파키스탄계 머무드 내무부 장관
“불법 이민에 나라 쪼개지고 있어”
난민 영주권 대기 20년으로 확대
주택-재정지원도 축소 ‘초강경책’




“불법 이민으로 나라가 쪼개지고 있다. 국경 문제는 통제를 벗어났다.”

영국에 들어온 난민들의 영주권 획득을 어렵게 만드는 강경 개혁안을 주도하고 있는 셔바나 머무드 영국 내무장관(45·사진)은 17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난민의 영주권 획득을 위한 대기 기간을 5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개혁안을 발표하며 “영국의 이민 시스템은 망가졌다. 온건한 방식으로 고치고 싶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집권 노동당이 이끄는 영국 정부는 난민 망명 자격을 2년 6개월마다 심사하고, 출신국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귀환시킬 계획이다. 또 난민을 대상으로 한 주택과 재정 지원을 줄이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족의 귀환도 늘리기로 했다. 앙골라, 나미비아,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해선 귀환이 결정된 자국민(불법 이주민 및 범죄자)을 수용하지 않으면 비자 발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 같은 개혁안을 이끄는 머무드 장관은 영국 정계에서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도 꼽히는 유망주다. 그는 옥스퍼드대 출신 변호사로 2010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평소 강경한 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머무드 장관은 부모가 1960년대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이민 가정 출신인데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그는 16일 BBC 인터뷰에선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로 입국해 일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난민 신청자는 더 일찍 영구 정착을 신청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동안 노동당은 보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용적 이민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영국 내 이민자들로 인한 문제는 커지고 있고, 동시에 반이민 정서 역시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당조차 이민 정책의 강화를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실제로 올 5월 노동당은 합법 이민의 문턱을 높여 이민자 수를 매년 10만 명씩 줄이는 개혁안을 내놨다. 하지만 9월 영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이민 집회가 열려 민심 달래기에는 실패한 상태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노동당) 지지율은 지난달 21%로 떨어졌다. 반면 반이민 정책을 기치로 내건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30%로 6개월째 지지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자 보건의료 분야의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와 나이지리아계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였다. 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피란민도 대거 유입됐다. 영국의 순이민자 수 규모는 2021년 23만9000명에서 2023년 90만6000명으로 급증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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