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입 80%이상 달러 결제하는데 환율 오르자 가공수출 제조업 타격 소비자물가 뛰어 서민 부담도 커져 고환율 고착화, 실물경제 리스크로
고환율에 신음하는 기업들 17일 경기 시흥에서 40년째 스테인리스 스틸 가공 제조업을 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이 오전 작업을 끝내고 작업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창고에는 주인을 찾고 있는 스테인리스 코일이 쌓여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때문에 원자재 값이 비싸지자 이 사장은 제품 판매가를 올렸다. 하지만 경기 부진 속에 제품가를 올리니 판매가 줄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시흥=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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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5년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수입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많이 뛰어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과일, 닭·돼지고기 등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환율 리스크’가 실물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8.17로, 2020년 10월(96.2)보다 43.6%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을 기준(100)으로 삼아 물가의 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석탄, 원유 및 천연가스, 광산품 등 원재료가 80.4%나 올랐다. 원재료 상승 폭은 최종재(18.4%)의 4배가 넘었다. 컴퓨터 및 주변기기, 비철금속 같은 중간재도 39.5% 올랐다. 한국의 수입 중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원재료 값이 5년 새 80% 이상 오르자 산업계는 ‘고환율 리스크’가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제조업은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해 이익을 남기는 방식인데, 고환율로 인한 원자재 값 부담이 수출 가격 하락에 따른 경쟁력 강화 효과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제조 및 임가공 기업인 제일금속 함경배 대표(63)는 “스테인리스 가격이 지속해서 올라 지난해 대비 매출이 30% 정도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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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로 인한 물가 부담을 피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 가 물가 관리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성장률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의 영향을 상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