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식탁에서 왼쪽 네 번째)가 16일(현지 시간) 바티칸의 바오로 6세 홀에서 ‘가난한 이들의 희년’을 기념해 노숙자, 취약계층, 장애인, 난민 등 1300여 명을 초청한 점심 식사 행사에서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바티칸시티 = AP뉴시스
올 5월 즉위한 레오 14세 교황이 16일(현지 시간) “각국 지도자들이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약 6000명의 순례자들과 함께 ‘가난한 이들의 희년(禧年)’ 미사를 집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희년은 가톨릭 교회에서 신자들을 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해로 25년마다 열리는 정기 희년,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지정되는 특별 희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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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이민,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눈물은 정의 없이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돌이켜보게끔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잘살게 됐으며 발전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을 잊고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물질적 가난 못지 않게 젊은이들의 정신적·영적 가난과 공허함도 우려하며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고독”이라고 했다. 정신적 빈곤이 사람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황은 세계 곳곳의 전쟁을 언급하며 “‘세상은 원래 이렇고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이 무력감을 확산시킨다. 그러나 복음은 오히려 혼란의 시기에 구원이 온다는 것을 일깨운다”며 희망을 강조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신자들에게 “직장, 가정, 온라인 세상 등 어디에서나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고 가난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라”고 당부했다. 또 “환대하고, 상처를 싸매주고, 용서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하느님의 사랑이 늘 함께하길 바란다”라고 강론을 마쳤다. 이날 이탈리아 로마 곳곳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행사가 여럿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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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는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혈통을 갖고 있다. 그는 이날 “나도 이민자의 후손”이라며 전세계적인 반(反)이민 흐름에도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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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