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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자축구팀, 트랜스젠더 선수 출전…규정 위반 갑론을박

입력 | 2025-11-16 08:34: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 축구 참가를 금지한 가운데, 해당 규정 시행 이후에도 트랜스젠더 선수를 경기에 내보낸 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해당 선수는 지난 6월 1일 금지 조치가 발효된 뒤에도 웨스트요크셔 위펫츠(West Yorkshire Whippets) 소속으로 경기 여러 차례에 나섰다. 심지어 금지 규정이 시행된 당일에도 경기에 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FA는 위펫츠의 규정 위반 사실을 접하고 해당 선수의 등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 스포츠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단체 ‘씬인스포츠(SEEN in Sport)’가 위반 사실을 지적한 후에야 조치가 이뤄져 FA 규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FA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기록을 보면 이 선수가 시즌 개막 후 3경기 중 2경기에서는 선발 출전, 한 경기 교체 명단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위펫츠는 이런 의혹에 대해 “우리는 자원봉사 중심의 지역 기반 클럽으로, 모두에게 안전하고 환영받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개별 선수에 대해서는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답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위펫츠는 앞서 FA의 트랜스젠더 여성 전면 참가 금지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해온 구단이다. 위펫츠는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non-binary·한쪽 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를 앞으로도 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펫츠는 지난 5월 성명문을 내고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 축구 참여를 금지한 FA의 결정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고 규탄했다. 구단은 “FA 결정은 배제적이며 유해하고, 축구가 추구해야 할 포용·공정·공동체 정신에 어긋난다”며 “축구는 모두의 것”이라며 규정 변경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도 공동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FA는 지난 4월 영국 대법원이 ‘평등법(Equality Act)에서 여성과 성(sex)은 생물학적 여성을 의미한다’고 판결한 뒤 정책을 재정비했다. FA는 기존에는 일정 수준 이하로 테스토스테론을 낮춘 트랜스젠더 여성의 참가를 허용했지만, 판결 이후 법률 자문을 거쳐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 축구 출전을 일괄 금지했다. 지난 시즌 풀뿌리 여자 축구에서 활동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는 약 20명으로 알려졌다.

FA는 “정체화하는 성별로 경기하고 싶은 이들에게 어려운 결정임을 이해한다”며 “관련 선수들에게 변화 내용을 설명하고 축구와 계속 연결될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FA와 지역 협회인 웨스트라이딩 FA는 해당 클럽 또는 선수에 대한 징계 여부 질문에는 “개별 사례는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관련 리그와 협력해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만 언급했다.

문제를 제기한 ‘씬인스포츠’의 대변인 수 웡은 텔레그래프에 “여성 스포츠를 진정으로 보호하려면 모든 리그와 소속 클럽은 정책을 존중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FA는 규정 비준수 시 어떤 제재가 있는지를 포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웡은 “이 문제는 특정 선수 한 명에 관한 것이 아니다. 리그의 모든 여성 권리를 지키는 문제다. 포용성 조치는 누구나 자신에게 적합한 팀과 리그에서 환영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클럽이 혼성팀을 꾸리고 싶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여성 팀’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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