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투자처 트럼프 임기내 선정… 韓 45일내 미입금땐 관세 오를수도

입력 | 2025-11-15 01:40:00

[한미 관세-안보 합의 발표]
3500억달러 대미투자 어떻게
추천권 가진 위원회, 美인력으로… 선정 과정 美입김 클 수밖에 없어
김정관 “협상에 공정한 내용 있나… 하고 싶어서 한건 아니라고 이해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양국이 이날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미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2000억 달러(약 29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금을 투입할 사업처를 선정하기로 했다. 한국이 투자처를 통보받은 뒤 45영업일 내에 달러 입금을 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관세를 다시 인상할 수 있다.

● 트럼프-러트닉이 투자처 선정… 韓과도 협의

14일 산업통상부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올해 7월 말 관세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룬 후 약 3개월 반 만에 이룬 성과다.

MOU에 따르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규모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에 배정되고, 2000억 달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양국이 결정한 분야에 현금으로 투입된다. 이 중 2000억 달러가 투입될 사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게 된다. 투자위는 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협의위와 논의 후 ‘상업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투자만을 추천한다.

한국은 투자처를 통보받고 최소 45영업일 내에 사업 개시를 위한 초기 자금을 조달하고, 이후 사업 단계별로 추가 자금 투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미국은 언제든 한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높이거나 한국이 받아가야 할 이익 배분금을 줄일 수 있다. 모든 투자처 선정은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 19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대미 투자처 선정 과정에서는 미국의 입김이 훨씬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협의위가 투자처에 반대해도 미국 측 투자위는 선정을 밀어붙일 수 있다. 인력 구성도 미국에 기울어져 있다.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는 수시로 나머지 구성원을 정할 수 있다. 협의위는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지만 한미 양국이 지명한 이들이 위원회에 참여한다. 실질적인 투자 추천권을 가진 투자위원회는 미국 인력으로 꾸려지고, 의견 제시 정도의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는 협의위 구성도 미국과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을 협상을 통해 얻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종료 시까지 ‘투자 약정(Investment Commitment)’, 즉 투자처 선정 및 투자 납입 계획을 완료하기로 했다. 반면 일본은 2029년까지 해당 시점까지 ‘투자(Investment)’를 완료하기로 했다. 또 한국은 일본 MOU에 없는 연간 투자금 한도(200억 달러)를 설정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연간 투자 한도 200억 달러 설정은 한미 관세협상의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 김정관 “공정한 내용 어디 있나”

투자 관리는 미국이 ‘투자 SPV(Special Purpose Vehicle·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총괄할 예정이다. 원리금을 한국과 미국이 각각 돌려받을 때까지 미 SPV의 세후 투자 수익은 양국이 각각 5 대 5로 나눈다. 원리금 상환 후엔 한국과 미국에 각각 1 대 9의 비율로 배분된다. 상환 이자율은 기준금리(미국 국채 20년물 고정금리)와 스프레드(가산금리)의 합이다. 스프레드 상한은 미일이 합의한 스프레드보다 30bp(베이시스 포인트·1bp는 0.01%포인트)만큼 더한 값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익 배분 일부 조항이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여기(한미 관세협상) 내용중에 공정한 내용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한 것은 아니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며 “일본이 합의해 놓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나중에 관세협상을 진행하다 보니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미국은 한 푼도 돈을 안 내는데 수익 배분이 5 대 5로 돼 있는 게 말이 안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500억 달러의 조선 협력 투자의 경우 투자위가 승인한 사업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민간투자·보증·선박금융 등을 지원한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한국 기업에 귀속되는 구조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