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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위에 눈이 내렸다
연못은 죽은 사람인 척 흰 천을 머리끝까지
끌어 덮어쓰고 연못이 아닌 척 눈을 감고 있었다
겨우 살얼음을 깔고 있는 주제에
소양강댐도 아니고 손바닥만한 연못 따위가
죽은 척하다니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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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연못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백지 위에 한 줄을 썼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말을 쓰고 나니
나는 더 편안해졌다
나는 가까스로 죽은 연못 위에 제대로
돌 하나를 던져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얼음장을 깨뜨릴 수도 없는
그 어떤 무게도 없는 돌 하나를
―안도현(1961∼ )
시 제목 ‘연민’이란 두 음절을 골똘히 들여다보게 된다. 가엾은 것이 “죽은 척 흰 천을 머리 끝까지/끌어 덮어쓰고” 있는 연못일까, 아니면 “편안하게 죽어”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는 화자의 마음일까?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게 아프게 느껴지는 법이다.
기막히게 아름다운 시의 첫 연을 보자. 화자는 눈 덮인 연못을 바라보며 마음의 장례를 지내는 것 같다. 몸은 살아 있으나 마음은 죽었으니 얼어붙은 연못에 대고라도 마음의 장례를 지내는 것이리라. 겨우 “손바닥만한 연못”이라도 살고 죽음을 아노니, 화자는 돌멩이 하나를 연못에 던져본다. 엄살이라면 깨어날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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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