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의 한국식 치킨집 ‘99치킨’을 좋아하는 황 CEO는 “KFC는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이라 말할 정도로 한국 치킨 마니아다. ‘젠슨 황 효과’로 전국 매장이 177곳(직영 8곳, 가맹 169곳)에 불과한 깐부치킨이 엄청난 ‘바이럴’을 탔다. 가맹 문의 등이 빗발치자 본사는 ‘당분간 신규 가맹점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표현이 진리인 현실, 기회가 왔을 때 보란 듯이 확장해도 모자랄 판국에 정반대로 가다니…. 참신하고 흥미로운 행보였다. 궁금한 마음에 깐부치킨에서 프라이드치킨(2만 원)을 시켜 먹었다. 가맹점 수가 많지 않고, 수도권에 집중된 브랜드였지만 마침 집 근처에 매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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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는구나. ‘K-치킨’이 세계로 뻗어나간 지 20년은 족히 흘렀지만, 정작 국내에서 먹는 치킨은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많았다. 원인은 과조리와 간의 부족에 있다.
1kg 안팎의 닭을 튀기다 보니 ‘닭이 작아 한국 치킨은 맛없다’는 주장도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절반만 정답이다. ‘튀기면 운동화도 맛있어진다’는 우스갯말이 있을 만큼, 튀김은 식재료를 보호하면서도 맛을 끌어올리는 조리법이다. 작은 닭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조리의 섬세함을 좇지 않는 한식 전반의 경향에 충실하게 너무 바싹 튀겨버려 상당수 치킨이 뻣뻣하다. 집에서 치킨을 종종 해먹는데 69°C까지 닭고기 내부 온도가 오르도록 튀긴 뒤 여열로 74°C까지 올리면 촉촉함을 잃지 않는다.
간의 부족은 ‘염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염지는 식재료를 소금이나 설탕물에 담가 삼투압으로 간을 맞추면서 동시에 수분을 채워 넣는 밑준비 공정이다. 작은 닭을 튀기는 우리 식문화에서는 간과 촉촉함,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필수 공정이다. 그러나 2014년경 한 방송이 염지를 문제 삼은 이후, ‘우리는 염지를 하지 않습니다’를 자랑처럼 내거는 치킨집이 나올 정도로 인식이 나빴다. 아직도 고기에 간을 안 해 싱거운 치킨이 많다.
묵은 오해는 버릴 때가 됐다. 다들 ‘겉바속촉’을 입버릇처럼 외치지만, 사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질긴 ‘겉딱속질’ 치킨이 대부분이다. 양계 산업의 이익 산출 등으로 인해 현재의 작은 닭을 고수해야 한다면, 그만큼 섬세한 조리와 염지가 필수다. 한 마리 가격이 배달비를 포함해 대개 2만 원대 중반을 넘는 상황에서, 이는 K-치킨이 나아갈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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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