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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하 AI)과 로봇 기술이 빠르게 융합하면서 ‘공간 인지(Spatial AI)’가 차세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공간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지능형 물리 AI(Physical AI)’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전망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로봇 비전 권위자 앤드류 데이비슨 교수는 12일 ‘2026 AI+ICT 산업기술전망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물리적 AI의 기초 기술인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을 토대로한 공간 인지 AI의 미래를 제시했다.
앤드류 데이비슨 교수는 로봇이 인간처럼 세상을 인식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방을 정리한다고 가정해 볼 때 실제로 유용하게 움직이려면 단순히 신경망을 통해 학습된 행동 패턴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로봇이 자신이 있는 공간을 지도나 표상으로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계획과 추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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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히려 로봇이 자체적으로 공간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능력, 즉 ‘공간 인지 AI’ 가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그 표현이 곧 지능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데이비슨 교수는 로봇이 공간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 주요 방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명시적 방식이다. 이는 게임이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3차원 공간의 구조, 사물, 인물 등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도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D 장면 그래프 처럼 공간 내 사물과 그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형태다.
둘째는 암묵적 방식이다. 이 접근은 공간을 수학적 벡터나 신경망 내부의 ‘월드 모델(World Model)’ 형태로 저장한다. 월드 모델은 예측 능력은 뛰어나지만, 인간이 그 내부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는 “두 접근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아직 어느 것도 완벽히 작동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명시적 표현과 신경망 기반 표현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AI 로봇 현실적 한계 전력 효율·연산 복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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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AR 글래스나 소형 로봇에 적용하려면 훨씬 낮은 전력과 효율적인 연산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AI 전용 프로세서나 저전력 GPU 등 새로운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등장하면서 향후에는 이런 문제도 점차 해결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데이비슨 교수는 SLAM 기술이 적용되는 산업의 다양성을 생태계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로봇 청소기와 AR 헤드셋은 전혀 다른 제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핵심 기술은 거의 같다”며 “하나의 기술이 여러 산업에 적용되면, 혁신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농업, 환경 모니터링 등 반(半)통제된 환경에서 목표 지향형 로봇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인간처럼 자유롭게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범용 홈 로봇은 여전히 기술적으로 멀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전에 다이슨과의 협업을 예로들며 “로봇 청소기가 구석 구석을 놓치는 걸 본 적 있을 것”이라며 “단순한 청소조차 완벽하지 않은데, 주방 정리처럼 복잡한 일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진정한 물리적 AI 기술·하드웨어·효율 삼박자 갖춰야
데이비슨 교수는 “진정한 물리적 AI는 알고리즘, 하드웨어, 에너지 효율이 동시에 발전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세상을 ‘이해’하는 수준까지 나아가려면, 단순히 연산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공간 표현의 지능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기술의 발전과 하드웨어 혁신이 맞물릴 때, 인간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지능형 로봇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