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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산 바라보며 막걸리 한잔… “이제 ‘진짜 무주’를 알았어요”

입력 | 2025-11-12 03:00:00

[지역 살리는 관광벤처] 〈2〉‘런케이션’ 성지 떠오른 무주
예술가들과 함께 관광지 머무르며
교육 프로그램 즐기는 ‘배우는 휴가’
‘낙화놀이’ 콘텐츠 등 지역특색 살려



지난달 여행 스타트업 ‘피치바이피치’가 마련한 ‘무주 나이트 살롱’ 프로그램에서 여행객들이 지역 양조장 막걸리를 시음하는 모습.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달 17일 전북 무주.

가을철 단풍으로 이름난 적상산 인근에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20명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9월 ‘반딧불 축제’가 끝나 다소 관광객이 주춤할 시기였지만, 이날부터 사흘간 이어진 ‘무주 나이트 살롱’을 즐기려 전국에서 여행객들이 찾아왔다.

이 독특한 이름의 무주 여행은 17∼18세기 함께 문화와 예술을 즐기던 프랑스 살롱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로 예술가들과 함께하며 공연과 식도락 등을 즐기는 ‘런케이션’(Learn+Vacation·배우는 휴가) 프로그램이다.

‘무주 나이트 살롱’에 참가한 청년들은 무주에서 나고 자란 크리에이터 송광호 씨의 안내를 받으며 고 정기용 건축가(1945∼2011)의 ‘무주 프로젝트’ 건축물을 둘러봤다. 일러스트레이터 카콜과 함께 무주 풍경을 그려 보기도 했다. 적상산을 바라보며 맛본 지역 막걸리는 여행의 화룡점정. 한 참가자는 “무주 하면 리조트가 떠올랐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무주’를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무주는 이런 참신한 여행 콘텐츠가 늘며 지역도 큰 활기를 띠고 있다. 스키 리조트나 반디랜드 등 기존 관광지는 계절을 타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근래 무주의 자연과 이야기를 활용한 상품이 많아지며, 사시사철 즐기는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장기진 무주군 관광정책팀장은 “신개념 관광 상품이 여행객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프로그램도 있다. 무주 산골의 일상을 경험하는 ‘산산한 하루’가 대표적이다. 12년 전 귀향한 청년 부부가 운영하는 파머스에프앤에스가 현지의 ‘진짜 삶’을 진정성 있게 보여 주려고 만들었다. 실제로 6일 ‘산산한 하루’에 참여한 일본인 관광객들은 직접 빨갛게 익은 사과를 따고 무도 뽑았다. 저녁 식탁에선 농부의 설명을 들으며 손수 마련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봤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한국관광공사 ‘BETTER里(배터리)’ 사업의 지원을 받아 마련됐다. 이 사업은 인구감소 지역에 여행 스타트업을 유치해 새로운 관광 동력을 보태는 게 목표. 2023년부터 경북 영주, 충북 제천 등 7개 지역에서 진행됐으며, 올해 무주와 경기 가평 등이 새롭게 참여했다.

참여 스타트업은 뭣보다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골낭만 주식회사’는 지역에서 전승되는 민속놀이 ‘무주 안성낙화놀이’를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을 기리는 불꽃놀이로, 여행객들이 신나는 ‘무주의 밤’을 즐길 수 있다. ‘BETTER里’ 사업에 참여한 뒤 무주 청년 2명을 고용했다는 파머스에프앤에스의 서선아 부대표는 “지원 사업을 버팀목 삼아 신규 프로그램 개발, 인력 확대 등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지난달 무주군 무주읍은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관광 생태계 형성” 등을 인정받아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하는 ‘최우수 관광마을’로 뽑혔다. 강종순 관광공사 팀장은 “청년이 주도하는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활발히 협업하면서,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을 구축하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다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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