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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근속자, 임금 가장 높을때 DB→DC 전환을… 이직 잦아도 ‘DC형’ 유리

입력 | 2025-11-11 03:00:00

[영올드&] 잦은 이직으로 퇴직금 적거나
임금상승률 줄어든 장기근속자
‘DB형’ 매력 줄어 ‘DC형’ 유리
“DC에선 DB로 다시 못 돌아가… 공부 안하고 무작정 운용 위험”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형)에서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직이 잦은 직장인은 DC형으로 옮겨 공격적 투자를 시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근속자는 임금이 정점에 이를 때를 기다렸다가 DC 전환을 노리는 것이 오히려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투자와 연금 리포트’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 DB형 비중은 2012년 73.9%에서 지난해 49.7%로 낮아졌다. 퇴직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과반에 미달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DC형은 같은 기간 17.6%에서 27.1%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8.5%에서 23.2%로 비중이 커졌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환이 임금 체계 변화에서 기인한다고 파악했다. 실질 임금 상승률이 2000년대에는 평균 2.3%였으나 최근 5년간 0%대에 머문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신입과 장기근속자가 간 임금 격차도 2016년에는 2.3배였다가 2024년에는 2.0배로 줄어들었다. 임금 상승률이 작아지면 퇴직 시점 3개월 평균 임금이 기준이 되는 DB형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반면 근로자가 주도적으로 투자처를 정해 퇴직금을 운용하는 DC형이나 IRP는 관심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올해같이 주식 시장이 연거푸 최고점을 경신한 시기에는 퇴직연금 직접 운용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 근속자의 경우 연봉이 가장 높아지는 시점에 전환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DB에서 DC로 전환하면 최근 3개월 치 월급 평균에 근속 연수를 곱해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계좌에 넣어준다. 가장 많은 돈을 받아 이를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용할 수 있는 시기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범광진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장은 “퇴직까지 승진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남은 재직 기간에 임금 인상률이 연 1∼2% 수준에 그칠 것이라 예상될 때는 DC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혜란 하나증권 분당WM센터 VIP PB팀장은 “향후 임금이 깎이게 되는 임금피크제 시행 직전에 DC형으로 바꾸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직이 잦거나 성과보상급여 비중이 많은 경우에도 DC형을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쌓인 퇴직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DC형을 통해 직접 운용하는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불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DC로의 전환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DB에서 DC로 바꾸면 사실상 DB로 다시 못 돌아간다”며 “또한 투자 관련 공부를 안 하고 무작정 하다 보면 직접 운용하는 것의 수익률이 더 안 좋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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