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퇴임 앞둔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美, 비현실적 관세 목표 제시에도… 한국, 다른 국가보다 좋은 결과 K투자 웨이브, 한미관계 좌우… 한국 안미경중 패러다임 바꿔야”
한미 친선 비영리 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10년 간 회장으로 재직한 토마스 번 회장이 다음달 말 퇴임을 앞두고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동아일보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 서서 그는 “내 한국 이름은 ‘변동철’” 이라며 50년 째 이어오는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은 한미 안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략적인 추진력(strategic boost)’이 될 것이다.”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73)은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한국은 원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선 “미국이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면서도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좋은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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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을 평가해달라.
“미국 정부는 비현실적인 관세·투자 목표를 제시했고 한국은 어려운 입장에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냈다. 관세도 15%로 인하돼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과 동등해졌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부담도 줄었고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1500억 달러 투자도 매우 유망해 보인다.”
―한미 관세합의 이행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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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붐을 ‘K투자 웨이브(Wave)’라고 표현했는데….
“이제 한미 관계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투자의 물결이라고 본다. 이는 매우 새로운 흐름이며 한미 기업간 파트너십, ‘트럼프 관세’ 하의 투자 그리고 조선 분야에 돌파구가 있다. 한미 조선업 협력은 한미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어 정치적 변동으로 인한 이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작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건설 투자처럼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미국 시장들도 있다. 데이터 센터에 대한 많은 수요가 있을 것이고 이에 필요한 에너지의 주요 원천이 천연가스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존스법 같은 규제 문제가 언제 해결될까?
“모르겠다. 의원들과 이야기해 봤지만, 미국의 정치적 이익 집단, 특히 노동 조합을 고려하면, 누구도 정말로 앞장서서 이것을 변경하려고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변경되려면 의회와 행정부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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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대규모 구금 사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책의 불일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조지아는 한국 투자의 진원지 중 하나다. 미국에 와서 산업 공장을 설립하는 한국 기술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일부 오해가 있고 그것이 ICE가 습격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완전히 거짓이다. 그래도 그 어두운 구름 속에서 한 줄기 빛은 한국인이 기존 입국 비자에 따라 들어올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훨씬 유연해졌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산업기반의 재건을 돕기 위해 더 안정적인 이민 체제가 필요하고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맡긴다는 패러다임은 이제 변하고 있다”며 “미중 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며 한국이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원잠 건조를 승인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어 한국은 첨단 잠수함이 필요하다. 한국은 오랫동안 원잠을 보유하길 원했지만 미국의 원자력 기술 이전에 제한이 있었다. 미국의 원잠 협력 추진은 안보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며 한미 국방당국 간에 쌓인 오랜 신뢰를 보여준다. 이는 한미관계와 군사·경제 협력에 전략적인 추진력이 될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자립을 지원하는 길 중 하나다. 항만 건설과 기술 이전 등에는 최소 10~15년이 걸리겠지만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를 넘어서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중간 분열이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한국은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고 지금은 유럽과 한국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때 중국 시장이 한국에 제공했던 혜택을 이제 미국 시장이 제공할 수 있다.”
―북미 대화가 여러 변곡점을 거쳤다. 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나.
“경제적 인센티브는 더는 북한의 안보와 전략 정책을 바꿀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 북한은 기근 중에도, 코로나 19 봉쇄 이후에도 버텨서 결국 생존에 성공했다.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안전을 확보한 북한과는 일단 한미가 적대감을 해소하고 건설적인 관계로 남는 것이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1976년 평화봉사단으로 경남 창원과 충북 충주에서 3년간 교사활동을 한 이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한국과 50년 째 인연을 이어온 미국 내 ‘지한파’다. 인터뷰 전 “이곳은 인삼차가 맛있다”며 능숙하게 인삼차를 주문한 그는 “K-pop을 듣는 것보다 판소리를 듣는 게 더 좋다”면서 제일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 ‘서편제’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꼽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K콘텐츠를 통한 한미간 문화 교류도 왕성해지고 있다.
“K콘텐츠는 한미동맹을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만들어준다. 안보와 경제관계를 넘어 예술과 대중문화를 통해 한미가 이어지고 있다. 내가 평화봉사단으로 1976년 한국에 왔을 때만해도 지리학 전공의 한 친구는 한국을 베트남으로 혼동해 겨울 옷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무지의 시대를 넘어섰다. 문화가 미국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 내 한국 전문가들의 저변이 얕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풀뿌리 수준에서 한국을 위한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과 많은 학자들이 한미, 남북미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결코 잊혀진 영역이 아니다. 아마도 유명한 일부 인사들이 이동했거나 이전처럼 유명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근저에는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영화라고 했는데….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나는 K-pop을 보는 것보다 중년 여성이 판소리를 부르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또 다른 최고의 영화는 ‘서편제’다. 정말 감동적이다. 몇 년 전에 본 살인 누명을 쓴 샌프란시스코 한국인 이민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도 감명깊게 봐서 추천하고 싶다.”
―10년 재임하는 동안 가장 의미있었던 순간은?
“의미있던 부분은 비즈니스 리더, 학계의 사람들, 전직 정부 관리 등과의 다양한 회의나 회담에서 그들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중요성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과 미국의 사람들 간의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한 다리로서의 성장하는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퇴임 후 계획은?
“나는 은퇴하기에 너무 젊다. 조지타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강의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내 삶의 일부였다. 한미 국민 관계 발전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겠다.”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토머스 번 회장은 1976년 평화봉사단으로 3년간 한국에서 교사 활동을 한 이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미국 내 ‘지한파’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무디스 아시아태평양부문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2017년부터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1952년 출생
△1975년 스토니브룩 대학교 생물학 학사
△1976~1979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3년 근무
△1983년 존스홉킨스대학교 폴 H. 니체 고등국제학부 국제관계 및 국제경제 석사
△1984~1996년 국제금융협회 아시아국 선임경제학자
△1996~2015년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 아시아·중동지역 주권위험 그룹 수석 부사장·지역 관리자·대변인·분석 책임자
△2015년 8월~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및 CEO
△2016년~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
△2017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겸임 교수
△2023년 6월~ KOTRA/Invest Korea 명예 대사
토머스 번 회장은 1976년 평화봉사단으로 3년간 한국에서 교사 활동을 한 이후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미국 내 ‘지한파’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무디스 아시아태평양부문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2017년부터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1952년 출생
△1975년 스토니브룩 대학교 생물학 학사
△1976~1979년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3년 근무
△1983년 존스홉킨스대학교 폴 H. 니체 고등국제학부 국제관계 및 국제경제 석사
△1984~1996년 국제금융협회 아시아국 선임경제학자
△1996~2015년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 아시아·중동지역 주권위험 그룹 수석 부사장·지역 관리자·대변인·분석 책임자
△2015년 8월~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및 CEO
△2016년~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교수
△2017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겸임 교수
△2023년 6월~ KOTRA/Invest Korea 명예 대사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