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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40일’ 美, 항공 2500편 결항에 식비 지원도 끊겨

입력 | 2025-11-09 16:04:00


지난 4일(현지시각) 미 플로리다 주 올랜도 공황에 여행자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미 정부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항공편이 대거 취소되고 있다. 2025.11.8 올랜도=AP/뉴시스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 예산을 둘러싼 미국 의회의 갈등으로 미 역사상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이 9일로 40일을 넘어섰다. 미국에선 예산안 통과 불발로 취약계층을 위한 식료품비 지원이 끊긴 데 이어 필수 인력을 제외한 공무원들의 무급휴직이 2개월 차를 맞으면서 관제사 부족으로 하늘길까지 막히고 있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경제에 큰 문제가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항공편 무더기 결항에 식비 위기까지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미국 내 40개 공항에서 총 2500편의 주말 항공편이 취소됐다. 출발이 지연된 항공편은 5400편에 달했다. 이는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관제사가 부족해지면서 미 연방항공청(FAA)이 항공 편수를 줄이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정부 셧다운이 계속되고 더 많은 관제사가 직무를 중단하면 더 많은 예산 삭감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번 주 항공편 감축은 10%겠지만, 그보다 (셧다운이) 길어지면 20%까지 항공편을 감축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판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수감사절까지 셧다운으로 인한 항공편 결항이 이어질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셧다운 파장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미국인들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식료품 구입을 지원해 온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이 중단된 것. 당초 법원은 ‘예산이 없어 SNAP을 지원할 수 없다’고 밝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긴급 예산 편성으로 자금을 마련해서라도 전액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반발해 연방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7일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전액 지급을 일시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월마트, 타겟, 알디 등 미국 대표 유통업체들이 제품 단가 낮추기에 ‘올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지난해와 달리 이들은 추수감사절 밀키트 대부분을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채우고 있다”며 “지금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식비를 줄일 수 있을까’”라고 전했다.

4일(현지 시간) 미 텍사스주 오스틴의 푸드뱅크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에서 자고 있는 딸과 함께 식료품을 받고 있다.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저소득층 대상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 지원이 중단된 후 식료품 배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5.11.07 오스틴=AP/뉴시스

● 꽁꽁 언 소비 심리에 트럼프 비판 확산

셧다운으로 연방정부 직원들이 두 달째 무급 상태에 놓인데다, 각종 소비 지원 제도까지 중단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7일 미시간대에 따르면 이달 미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50.3으로 전달보다 3.3포인트 하락했다. 다우존스 예상치(53.0)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2022년 6월(50.0)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식료품 등 모든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정부 통계나 많은 유권자들의 의견과 상충된다”며 “공화당원들조차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에 대한 트럼프의 공감력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친 트럼프 인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주택 값이 문제다. 나도 마트에 가지만 식료품 값은 계속 비싸고, 에너지 가격도 높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셧다운으로 해외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 등 유럽 미군기지에서 6주 이상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한 현지 직원이 수만 명에 달한다는 것. 이에 독일,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미국 정부 대신 자국인 직원들의 급여를 대신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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