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최근 한 인터넷 강의업체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다. OO은 서울 강남구의 유명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일명 영어 유치원)으로, 4세 대상 ‘레벨테스트’가 있어 입학이 어렵고, 원비가 비싼 곳으로 꼽힌다. 해당 사이트는 자녀를 해당 영어 유치원에 보낸 경험이 있는 ‘선배 엄마’가 강의를 진행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대상은 이 유치원 입학을 원하는 4세 이하 아이를 둔 학부모들이다. 수강료는 약 35만 원으로 합격 전략부터 입학 후 학습 계획까지 알려주는 총 42강 분량 동영상 강의로 구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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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온라인 학습 플랫폼 M사 사이트에서도 자녀의 영어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엄마 강사’의 컨설팅 강의가 약 3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강의 광고에는 “아이들을 대치동에서 키우면서 전교 회장을 시키고 최상위권 영어 유치원부터 초등 대상 유명 영어· 수학 학원까지 합격시켰다”광고 문구를 앞세웠다. 이는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인기 영어 유치원마다 입학 및 커리큘럼이 다른데다, 공개된 정보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 유치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유되다 보니 자녀를 직접 입학시킨 경험담이 더 신뢰받는다”며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 자체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송파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 앞에는 내년 상반기 영유아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붙인 버스들이 서 있었다. 이른바 ‘n세 고시’로 유명한 이 어학원은 선착순으로 원생을 모집하는데, 치열한 경쟁률로 인해 10만∼15만 원대의 대리 티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최근 영유아 대상 사교육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36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교 교육과정 교습을 금지하고, 영유아 대상 선발용 레벨 테스트를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최근 사교육 시장에서는 통상 5세인 영어 유치원의 입학 연령이 4세로 낮아지는 등 과열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주요 학군지 일부 영어유치원들은 올해 ‘4세반’을 새로 개설했다. 영어 유치원 재원 기간이 최장 5~7세 3년에서 4~7세 4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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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올해 9월 영유아 사교육 대책팀을 꾸려 올해 안에 유아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아 명백하게 해가 되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것만은 하지 마세요’ 식의 네거티브 규제를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행위의 종류와 제한 방식 등을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