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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스파게티’, 하이브 음악적 스펙트럼 입증…“멀티레이블 결실”

입력 | 2025-11-08 07:44:00

‘스파게티’, 실험적인 사운드·재치 있는 가사로 빌보드 ‘핫 100’ 50위
뉴진스·아일릿·캣츠아이 등 모두 ‘핫100’ 진입
“하이브 걸그룹, 각기 다른 색채로 글로벌 시장 공략”



뉴시스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HYBE)가 2021년 사명 변경 이후 선보인 네 걸그룹이 모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르세라핌(LE SSERAFIM)’, ‘뉴진스(NewJeans)’, ‘아일릿(ILLIT)’, ‘캣츠아이(KATSEYE)’가 모두 ‘핫100’에 진입한 동시에 각기 다른 음악적 개성과 장르 실험을 통해 K-팝 걸그룹 신의 음악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K-팝 업계에 따르면, 르세라핌은 신곡 ‘스파게티(SPAGHETTI)(feat. j-hope of BTS)’로 8일 자 빌보드 ‘핫100’ 50위에 오르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니 3집 타이틀곡 ‘이지(EASY)’(99위), 미니 4집 타이틀곡 ‘크레이지(CRAZY)’(76위)에 이어 차트인하면서 K-팝 톱티어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뉴진스는 ‘디토(Ditto)’(2022년 12월) 82위를 시작으로 ‘OMG’(2023년 2월) 74위, ‘슈퍼 샤이(Super Shy)’(2023년 7월) 48위, ‘ETA’(2023년 8월) 81위, ‘쿨 위드 유(Cool With You)’(2023년 8월) 93위 등을 기록했다.

아일릿은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2024년 4월)으로 91위에 오르며 K-팝 신인 걸그룹 중 최단 기간 ‘핫 100’ 진입 기록을 세웠다.

캣츠아이는 ‘날리(Gnarly)’(2024년 8월)로 처음 89위에 올랐고, 후속곡 ‘가브리엘라(Gabriela)’(2025년 9월)로 자체 최고 순위 37위까지 찍으며 역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캣츠아이는 이 같은 성적 등을 기반 삼아 이날(한국시간 기준) 발표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서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제너럴 필즈(본상) 중 하나이자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Best New Artist)’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K팝 그룹이 이 부문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가브리엘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블랙핑크 로제·브루노 마스 ‘아파트’,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들 하이브 걸그룹은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바탕으로 팀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왔다.

르세라핌은 얼터너티브 팝과 힙합, 트랩 등 다채로운 장르에 탄탄한 서사를 융합시켜 음악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이 힘을 실은 이번 르세라핌의 ‘스파게티’ 역시 하이브 걸그룹이 그려온 다층적 음악 스펙트럼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얼터너티브 펑크 팝(Alternative funk pop) 장르로 다양한 국내외 프로듀서진의 합류로 완성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카녜이 웨스트, 콜드플레이 등과 작업해온 아르헨티나 프로듀서 페데리코 빈드버를 비롯해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스턱 위드 유(Stuck with U)’를 프로듀싱한 지안 스톤 등이 참여했다. 평단에서는 “실험적인 사운드와 재치 있는 가사, 직관적인 퍼포먼스가 섞인 ‘르세라핌다운 음악’으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았다”(김성환 대중음악평론가) 등의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뉴진스는 미니멀한 사운드와 부드러운 멜로디 감성을 내세워 ‘이지 리스닝 팝’ 트렌드를 주도했고, 아일릿은 10대 감성의 솔직한 서사를 앞세운 세대형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K-팝 제작 시스템의 글로벌 성공 사례로 꼽히는 캣츠아이는 실험적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를 두고 하이브 멀티레이블 체제의 결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기획·운영되면서도, 글로벌 제작 네트워크 및 인프라를 공유하는 구조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한국·일본·미국·라틴 등 전 세계에 16개 이상의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100여 팀의 아티스트가 팝, 힙합, 라틴,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중이다. 세계 각 지역을 ‘멀티 홈’으로 설정하고, ‘멀티 장르’를 병렬적으로 운영하며 다층적인 음악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하이브 2.0’ 전략의 일환이다. 각 레이블의 독립성과 음악 색채를 존중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김성환 대중음악평론가는 “국내외 다양한 프로듀서진들을 섭외해 다채로운 사운드가 나올 수 있도록 진작한 하이브 멀티 레이블 체제의 결실”이라며 “하이브의 일본과 미국, 라틴 등 지사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글로벌한 음악 트렌드의 빠른 흡수와 글로벌한 작곡가들과의 연계가 수월해지고 있다고 본다. 이 장점이 각 레이블의 음악 창작에 융합하는 과정이 다양하게 벌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대중음악 평론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멀티레이블의 장점 중 하나는 기존의 음악과는 다른 폭넓고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라며 “르세라핌의 ‘스파게티’나 아일릿 ‘빌려온 고양이’ 등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시도는 그룹의 다른 매력을 보여주면서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어필할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하이브의 현지화 전략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법인을 설립했고, 북미와 남미, 일본을 중심으로는 현지 기반 글로벌 오디션 시스템을 상시 가동하며 인재 풀을 넓히고 있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게펜 레코드와 협력해 캣츠아이를 이을 차세대 글로벌 걸그룹 론칭을 준비 중이다.

평단에서는 하이브의 걸그룹 전략이 K-팝 산업의 진화 모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뷔 전부터 글로벌 오디션과 플랫폼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고, 현지 프로듀서진과 공동 제작을 진행하는 시스템이 새로운 걸그룹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의미다.

김성환 평론가는 “최근 북미와 남미, 일본 등 각 지역에서 실시하는 하이브 글로벌 오디션은 K-팝 성장의 긍정적 전망을 키운다”라며 “더욱 유망한 인재들이 지원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로 결성된 새 그룹이 현지 시장에서 확실한 팬층을 끌어 모을 것이다. 아울러 좋은 음악 결과물을 글로벌 시장에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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