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의 발. 박경운 경감 제공.
경기 연천경찰서 백학파출소 박경운 경감이 밤에 집 근처인 경기 파주 운정호수공원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경찰공무원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을 무렵 아주 깊은 정신적 절망을 경험했습니다. 그 당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당시 저에겐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삶을 놓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박 경감은 임용 초기에 지역 경찰로 교대근무 6~7년, 수사형사 부서에서 3~4년 일했다. 야근할 때 그냥 평범한 야근이 아니고, 살인과 강도, 폭력, 변사, 자살, 정신질환자 대응 등 상처 가득한 각종 사건을 늘 마주해야 했다. 범인 검거를 위해 밤새 잠복하기도 했다. 그 긴장감과 초조함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트라우마까지 생길 정도였다.
박경운 경감이 해변에서 맨발 걷기를 하다 지인들과 셀카를 찍었다. 박경운 경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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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불면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입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각종 사건, 사고 처리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과 열악한 교대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정신이 무너졌습니다. 자살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 경찰 선배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받으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박경운 경감(오른쪽)이 맨발 걷기 행사에서 참가자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 박경운 경감 제공.
“처음엔 너무 뻔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그 책을 여러 차례 반복해 보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긍정적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다시 불면증이 찾아왔는데, 그때 우연히 맨발 걷기를 만난 게 그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50대 초반 나이라 컨디션도 떨어지고, 체중은 늘었죠. 전반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지던 때 다시 수면 장애가 찾아온 것입니다. 과거를 떠올리며 수면제 등 약에 의존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불면증은 사라지지 않았죠. 그때 맨발로 걷는 어르신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 1시간 정도 함께 걸었다. 따라가면서 ‘사실상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는 맨발 걷기 효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정말로 잠을 잘 잔 것이다. 박 경감은 “야근 근무가 잡힌 날은 오후에 억지로 잠을 자는데 정말 꿀잠을 잤다”고 했다. 맨발 걷기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3)이 쓴 맨발 걷기 관련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실천했다. 그날 이후 하루도 안 거르고 맨발로 걷고 있다. 평균 하루 3시간 이상 걸었다. 맨땅이 드러난 곳이면 운동장, 공원, 가로수 아래, 바닷가, 갯벌, 계곡, 맨발 산행도 실천하고 있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박동창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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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운 경감이 밤에 집 근처인 경기 파주 운정호수공원에서 맨발 걷기를 하며 엄지척하고 있다. 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맨발 걷기는 경찰 자살 예방의 ‘로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우울증 증상에는 그림자처럼 불면증이 따라옵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해지면 심신을 아주 힘들게 하고, 피폐하게 만들거든요. 당연히 자살 충동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고, 분명하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맨발 걷기 전문가들은 맨발 걷기를 ‘천연신경안정제’라고 설파하기도 합니다. 또한 임상 연구에서 맨발 걷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안정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보고도 있어요. 한 시간 맨발 걷기를 처음 시작한 날 대자연 맨땅에서 꿀잠이라는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았고, 그날 이후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맨발 걷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고장면 대전 국립 한밭대 교수(64·화학생명공학과·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소장)는 “맨발 걷기가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맨발 걷기는 우리 몸에 각종 호르몬이 풍성하게 나오게 하는데 멜라토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통상 멜라토닌이 뇌의 중과선에서 나오면서 동시에 도파민도 같이 나옵니다. 도파민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핵심 호르몬이죠. 그래서 마음이 평안한 정신 상태가 되어 우울증이 사라집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안정화합니다. 한마디로 맨발 걷기는 멜라토닌 도파민 등의 생성을 촉진하여 긍정적인 정신을 강화하고, 코르티솔을 안정화해 우울증을 치료해 결국 자살을 방지하게 됩니다.”
고장면 대전 국립 한밭대 교수.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경기 파주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경감은 맨발 걷기의 실천을 강조했다.
“자존심이나 선입견, 편견으로 인해 맨발 걷기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동료 경찰들을 바라볼 땐 아주 안타깝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실천하는 사람과 실천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실천할 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해보니 효과를 봤습니다. 맨발 걷기의 핵심 효과 중 하나가 만병의 근원이자 끊임없이 신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10만 km가 넘는 신체 내 혈관의 혈행을 최적화시켜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줍니다. 실천해보세요. 정말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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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