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다 유연하고 발성 범위 넓어 언어 통해 서로 소통하는 창구 역할 ◇목 이야기/켄트 던랩 지음·이은정 옮김/384쪽·2만2000원·시공사
미국 생리학자인 저자는 “왜 인류의 진화는 목을 만들었는가?”라는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 왜 하필 여러 신체 부위 중 ‘목’일까. 저자는 목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에 매료됐다고 한다. 오드리 헵번의 우아한 목선을 감탄하며 바라보듯, 목은 미적 관심의 대상이다. 동시에 찔리거나 음식이 잘못 넘어가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극히 연약한 부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우선 목의 기원과 기능, 움직임을 다루며 목이 인류와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기관이었음을 보여준다. 우리 몸은 목의 혈관을 수초마다 박동시켜 공기를 들이마시고, 신체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목의 분비샘은 혈액 속으로 호르몬을 분비해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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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매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수컷 퉁가라개구리는 순식간에 울음주머니를 부풀렸다 줄이며 암컷에게 구애의 신호를 보낸다. 이는 몸집이 커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매력적인 울음소리라는 청각적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책은 해부학과 생물학, 인류학, 정치학 등을 넘나들며 ‘목’을 경유해 인간의 역사를 읽어 나간다. 신체에서 그다지 큰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 부위가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지탱해 왔는지를 알게 되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교함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