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추모탑 앞에서 묵념으로만 예를 갖춰 안타깝게 생각한다.”
취임 후 처음으로 6일 광주를 찾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지만 시민단체 반발에 밀려 참배에 실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장 대표는 “진정성이 아직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19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진(西進) 정책’과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었지만 싸늘한 민심만 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자 광주전남촛불행동 회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막아서고 있다. 2025.11.6. 뉴스1
이날 오후 1시 39분경 5·18묘지 앞에 도착한 장 대표는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시위대에 가로막혀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5·18민중항쟁추모탑까지 100m가량을 가는 데만 10분 이상 걸렸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내란 동조(자)가 어딜 오느냐” “오월영령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내란 정당 해산하라”라고 외치며 장 대표의 이동을 막으려 했다. 일부에선 “바퀴벌레야” “이 내란범아 꺼져라” 등 격한 표현까지 터져 나왔고, 시민들과 경찰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 장 대표의 옷을 잡으면서 단추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한 장 대표와 지도부는 방명록 작성을 생략한 뒤 추모탑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시위대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장 대표는 헌화와 분향을 하지 못한 채 잠시 묵념만 한 뒤 발걸음을 돌려 버스에 올랐다. 5·18 묘지 도착 19분 만이었다. 한 시민은 “(던질) 계란도 없다. 계란도 비싸다”고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추모탑에 놓인 장 대표 명의 근조화환을 넘어뜨리거나 훼손했다. 광주 81개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5·18을 폄훼하고 내란을 옹호한 장동혁 대표는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6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참배를 저지하는 광주 시민들이 화환과 명패를 철거고 있다. 2025.11.6. 뉴스1
장 대표는 광주 북구 광주종합쇼핑몰 부지로 이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은 그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포함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은 그동안 5·18에 대해 여러차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고 당 강령에도 5·18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매달 호남을 방문해서 지역민들과 직접 긴밀하게 소통하고, 지역민들이 당면한 여러 민생 문제나 지역 현안 문제를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우리 당 강령에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과 조국 근대화 등 산업화 정신을 동시에 계승한다고 명기돼 있다”며 “이 두 정신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두 개의 위대한 기둥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광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