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크렘린궁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로이터통신,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외교부, 국방부, 정보기관, 관련 민간 기관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추가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국가안보회의에서 이를 분석하며, 핵무기 실험 준비 작업 착수 가능성에 관한 합의된 제안을 마련하도록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회의는 교통 안전과 정부 대표단의 중국 방문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지만,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장이 의제 외 발언 권리를 요청해 미국의 핵실험 재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핵실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핵실험 재개를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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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 또한 “지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행동에 제때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며 “핵실험 준비에 필요한 기간은 그 유형에 따라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크렘린궁은 “우리는 즉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 측의 의견을 고려하여 그러한 준비를 시작할 필요가 있는지 먼저 판단하려는 것”이라며 핵실험 재개와 둘러싼 우려를 일축하고자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의 핵무기를 보유한 두 나라가 지정학적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킬 수 있는 단계를 향해 빠르게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의 위협은 여전히 현 단계에선 정치적 신호를 위한 도구일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이나 모스크바가 실험을 강행하면 핵 긴장이 냉전 정점 이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