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끌어내린 코스피] 장중 5% 넘게 떨어져 사이드카 발동 외국인 2.5조 던질때 2.5조 순매수… 급락하던 코스피지수 하락폭 줄여 美기술주 급락에 亞증시 동반 하락… 헤지펀드 거물 AI 하락 베팅도 영향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종가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 오전 장중 한때 5% 넘게 급락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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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락, 4000 턱걸이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5일 오전 한때 5% 넘게 하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은 이틀 동안 5조 원 넘게 코스피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은 이틀 동안 5조 원 넘게 순매수해 4,000 선을 지탱했다.》
끊이지 않는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시에선 반도체, 원자력, 전력기기 등 AI 수혜 종목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대만 TSMC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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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외국인 매도세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는 4,000 선을, 코스닥 900 선을 지켰다.
● 이틀 동안 5조 원 가깝게 판 외국인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외국인의 순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에서 2조5188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2000년 이후 4번째로 큰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관세 부과 발표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4월 7일의 순매도 규모(2조957억 원)보다도 많다.
외국인이 전날 코스피에서 2조2282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틀 동안 4조7500억 원어치나 순매도한 셈이다. 외국인의 매도로 코스피는 오전 9시 46분에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오전 10시 26분에는 코스닥 시장에서 올해 두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증시 급변동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코스피200 선물 지수가 5% 이상 변동하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이 주식을 대량으로 사고팔 때 쓰는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중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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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슈퍼사이클 속 ‘버블’ 우려 재부각
앞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증시 과열 우려를 밝히는 등 AI 거품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구글, 메타, 오라클 등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막대한 AI 투자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오픈AI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DM, 오라클 등과 ‘순환 거래’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지속되던 AI 랠리가 3일(현지 시간) 팔란티어의 실적 발표 이후 고평가 지적이 나오는 동시에 투자 대가들의 경고가 맞물려 글로벌 급락세가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팔란티어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의 450배가 넘는 시가총액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오며 4일엔 7.9% 하락세를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노골적으로 AI의 하락에 베팅했다는 점이 공개됐다. 버리의 사이언자산운용은 3분기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풋옵션을 순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4일 홍콩에서 열린 금융 포럼에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가 상승장에서도 조정 국면이 있다며 향후 1, 2년 내 미 증시에서 10∼20% 수준의 조정 가능성을 경고해 공포심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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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