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찰청 전경. 대전경찰청 제공
중학교 3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도박을 시작한 B 군(17)도 처음엔 ‘재미 삼아’였다. 하지만 5만 원으로 시작한 배팅 금액은 300만~400만 원까지 불어났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자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심한 중독 증세를 느낀 그는 경찰에 자진 신고했고, 전문상담과 교화 과정을 거쳐 현재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전국 최초 청소년 ‘사이버 도박 자진신고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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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보호자와 함께 면담을 진행하고, 필요시 즉시 출동 상담을 시행한다. 이후 전문가들이 개입해 치료·교화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경찰은 도박사이트, 금액, 시작 경위 등을 파악해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하거나 사건 규모에 따라 검찰로 송치한다.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이나 즉결심판 조치도 병행된다. 금액이 커 형사처벌이 불가피한 경우엔 검찰로 넘겨지지만, 대전경찰청 프로그램을 이수한 청소년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6명이 검찰에 송치돼 4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촉법소년 12명은 대전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40명은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돼 경미한 처분을 받았으며, 도박 횟수가 적은 7명은 입건 없이 전문기관에 연계됐다. 현재 44명은 상담 및 경찰 면담이 진행 중이다.
● 경찰 개입으로 ‘실효성’ 확보
기존에도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청소년 도박 예방을 위한 상담을 진행했지만, 실제 신고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단순 예방교육이나 계도 활동에 그쳤다. 이번 자진신고제는 대전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유혜미 경사의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유 경사는 “불법도박으로 입건되는 청소년들의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며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경찰이 먼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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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청의 사례가 알려지자 경기남부청, 세종청, 천안서북서, 익산서 등 여러 기관이 벤치마킹에 나섰고, 충북경찰청과 육군본부도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 예방교육 강화와 제도 보완 필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실태조사(2024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 약 390만 명 중 4.3%(17만 명)가 한 번 이상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대부분은 친구 권유나 온라인 광고를 통해 도박을 접한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역 청소년 도박 사범은 2022년 2명, 2023년 12명에서 지난해 181명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이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 센터장은 “각 교육청이 도박예방 교육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부 지정 필수교육이 아니라 참여율이 낮다”며 “예방 강사 양성, 예산 확대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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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