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나 대통령 경호처 등 사칭 강원경찰, 114명 체포 18명 구속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노쇼 사기단’의 콜센터 건물 내부 모습. 강원경찰청 제공
● 위조 공문·명함으로 속여 전국 피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한 노쇼 사기단 11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군(軍) 간부와 정당 관계자, 대통령 경호처 직원을 사칭해 전국에서 560건의 노쇼 사기를 벌인 해외·국내 조직원 114명을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가운데 18명은 범죄단체가입·활동,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광고 로드중
군 간부를 사칭한 사례도 많았다. “OO사단 김모 중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진지 공사를 이유로 전북의 한 철물점에 삽과 곡괭이를 대량 주문했다. 이후 그는 “훈련용 식자재를 담당자가 누락했는데, 기존 거래처가 오늘 납품을 못 해 대신 OO유통에서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평소 군부대와 거래하던 철물점 주인은 남성이 실제 부대 구조와 담당 업무를 세세히 언급하자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유통업체에 즉석식량(전투식량) 120상자, 1440만 원어치를 주문하고 대금을 송금했다. 유통업체는 “급한 상황 같다”며 물품을 먼저 보내줬고, 철물점 주인은 감사 인사까지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노쇼 사기였다.
‘노쇼사기단’의 조직도. 강원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집중 수사에 착수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범죄단지에 설치된 노쇼 사기 콜센터를 특정했다. 이후 현지 경찰과 공조해 올해 5월 콜센터를 급습했고,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114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에는 10대 4명도 포함돼 있었다.
조직은 해외총책이 현지 콜센터를 운영하며 국내 자금세탁조직과 중계기 관리조직을 지휘하는 구조였다. 콜센터는 ‘1선(군·정당·기관 사칭 전화팀)’과 ‘2선(식자재·물품 판매 업체 사칭팀)’이 한 조로 움직이며, 피해자가 신뢰하도록 대화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설계했다.
광고 로드중
최현석 강원경찰청장은 “최근 공공기관이나 군부대를 사칭한 노쇼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은 대리구매 요청이 있을 경우 반드시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경찰은 국제 공조를 확대해 해외 콜센터는 물론, 이들과 연계된 국내 세탁조직까지 끝까지 추적해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