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셧다운 한 달 넘자 생활고 취약계층 4200만명 밥줄 끊겨 푸드뱅크 무료 음식 받으려 장사진 연방 공무원 75만명 무급휴가 대출 받아 냉동식품으로 끼니
1일 뉴욕의 한 푸드뱅크에도 무료 음식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계속된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여파로 미국인들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이빌·뉴욕=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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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중단)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공무원과 취약 계층 등이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있다. 1일부터는 식료품 보조 프로그램 지원금이 중단되자 뉴욕에서는 무료 음식을 받으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뤘고, 커피와 단백질 쉐이크만 마시며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미국 의회에서 집권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것을 두고 한 연방 공무원은 “서로를 싫어하는 그들 사이에 우리가 끼어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2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셧다운으로 정부출판사 직원 신시아 브라운 씨(53)는 두 달째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오래된 아이폰 두 대를 포함해 집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았다”며 “최근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펀드미(GoFundMe)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음식을 사먹을 돈조차 없었다. 브라운 씨는 “커피와 단백질 쉐이크만 먹고 있다”며 “(다른 음식은) 거의 먹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도어대시’(DoorDash·미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를 하고 싶었지만 셧다운으로 대출을 갚지 못해 차를 압류 당했다”고 했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 지출은 지난달 1일부터 멈췄다. 이번 셧다운은 민주·공화당이 오바마케어 보조금이 삭감된 공화당의 내년 회계연도 임시예산안 처리를 놓고 대치하다 벌어졌다. 이달 1일부터는 미국 최대 규모의 식량 지원 프로그램인 ‘식료품 보조 프로그램(SNAP)’ 운영에 필요한 예산 승인이 중단되면서 약 4200만 명이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SNAP은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 가정에 지원금을 제공해 식료품점에서 과일, 채소, 고기 같은 식재료를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미국인 8명 중 1명이 SNAP의 수혜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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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한 구호단체가 주민들에게 식자재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루이빌·뉴욕=AP 뉴시스
남편이 정부 직책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는다는 한 여성은 “(가족 식사 테이블에) 고기는 없고 주로 냉동 피자 등 가장 저렴한 냉동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최근 소비와 관련한 암울한 토론을 위해 가족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추수감사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이 1개씩만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최근 사촌에게 일주일치 급여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다는 여성은 “다음달에는 어떻게 (생활을) 할지 모르겠다”며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거나 울면서 보냈다. 아무런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게 무섭다”고 했다.
이러한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AP 혜택 중단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자신의 개인 별장에서 ‘위대한 개츠비’ 콘셉트의 핼러윈 파티를 열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켄 마틴 민주당전국위원회 위원장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부유한 친구들 외에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했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이 이어지자 1일 트루스소셜에 “법원이 허락한다면 내가 영예롭게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미국 연방 법원은 지난달 31일 SNAP 중단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부분적 지급을 명령한 상태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