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쉽게 오르는 남산, 시민과 더 가까워졌다

입력 | 2025-10-30 03:00:00

북-남쪽 숲길 이어 ‘하늘숲길’ 개방
경사 완만한 1.45km 무장애 산책로
노을전망대에선 한강-관악산 조망
친환경 시공으로 자연 훼손 최소화



서울 남산 하늘숲길에서 시민들이 서울N타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5일 처음 개방된 하늘숲길은 1.45km 길이의 무장애 산책로로, 보행약자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강아지나 어린아이들이랑 같이 와도 될 정도로 길이 잘 닦여 있어요. 꼭대기까지 왔는데 하나도 안 힘들어요.”

28일 오후 남산 하늘숲길. 서울N타워를 배경으로 남자 친구의 사진을 찍던 김혜린 씨(25)는 환하게 웃었다. 이달 25일 시민에게 처음 개방된 ‘남산 하늘숲길’은 도심과 숲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덱(deck) 산책로다. 경사가 완만하게 설계돼 어린이와 노인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이날 길에선 유모차를 미는 가족 단위 시민들도 보였다. 김 씨는 “길이 잘 닦여 있어서 경사가 있어도 평지처럼 느껴졌다”며 “걷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 1.45km 무장애 숲길… 남산도서관까지 이어져

서울시는 시민 누구나 남산의 숲을 편히 즐길 수 있도록 1.45km 구간의 무장애 산책로 ‘남산 하늘숲길’을 조성했다고 29일 밝혔다. 남산 체력단련장에서 남산도서관까지 이어지는 이 길에는 전망대, 다리, 쉼터, 정원, 체험장 등 16개 테마 공간이 조성됐다.

개장일부터 이미 많은 시민들이 산책로를 찾아 즐기는 걸 볼 수 있었다. 25일 숲길에서 만난 박경택 씨(81·용산구 후암동)는 노을전망대에 올라 “오랜만에 남산이 시민에게 열린 느낌”이라며 “북한산 너머로 펼쳐진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노을전망대와 바람전망다리에서는 유리 펜스를 통해 한강과 관악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소나무쉼터·건강정원·소월정원 등에서는 숲속 휴식을 즐길 수 있으며, 남산도서관 입구에는 시인 김소월의 ‘산유화’ 시비 주변을 새로 단장해 문학적 감성도 더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신성호 씨(60)는 건강정원 운동기구를 이용하며 “1980년대 초 남산 인근 부대에서 근무한 뒤 처음 왔다. 옛 추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 자연 훼손 최소화한 친환경 설계

서울시는 하늘숲길을 조성하면서 남산의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친환경 시공 방식을 적용했다. 산책로는 지면을 파지 않고 덱을 띄워 설치했고, 나무가 있는 구간은 구조물을 우회하거나 구멍을 뚫어 그대로 보존했다. 산책로 하부에는 야생동물 이동 통로도 마련했다. 기계를 쓰지 않고 인력으로만 공사를 진행해 소음과 폐기물 발생을 줄였고, 현장 훼손을 최소화했다.

훼손된 구간에는 덩굴식물을 걷어내고 나무를 새로 심었다. 기존 소나무 숲에는 남산에서 채취한 종자로 키운 어린 소나무를 추가 식재해 자연 생태를 복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하늘숲길 외에도 남산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올 7월에는 북측순환로에 남산 정상까지 20분 만에 오를 수 있는 덱 계단 ‘북측숲길’을 개방했다. 954개 계단으로 이뤄진 이 길은 이동 시간을 기존 등산로의 절반 이하로 줄였다.

6월에는 남측순환로 팔각안내센터와 체력단련장을 잇는 460m 길이의 ‘연결안전덱’도 시민에게 공개됐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남산은 서울의 상징이자 시민의 쉼터”라며 “앞으로도 남산을 온전히 시민에게 돌려드릴 수 있도록 친환경 산책길을 계속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