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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의 딸 결혼식 논란은 국회의원의 윤리의식이 국민의 상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종합세트’ 같다.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결혼식을 한다며 돌린 모바일 청첩장엔 한때 신용카드 결제 링크까지 있었다. 피감기관들이 압박을 느낄 것이 뻔한데도 결혼식 날짜를 바꾸지 않았다. 대기업과 피감기관 인사들한테서 받은 고액의 축의금은 위법 논란으로 번졌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사과나 반성의 말 한마디조차 없다. 이제는 딸 결혼 시점을 둘러싼 의혹까지 나왔다.
▷최 위원장 딸의 결혼식은 국감 시작 닷새 뒤인 18일이었다. 국회 사랑재에 마련된 식장엔 과방위원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피감기관들의 화환 100여 개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최 위원장 딸의 페이스북엔 ‘2024년 8월 14일부터 결혼’이라고 표시돼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찍은 웨딩 스냅 사진도 올라 있었다고 한다. 현재 해당 페이지는 비공개 상태다. 물론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결혼식은 나중에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왜 1년 2개월이나 지난 뒤인지, 그것도 하필 국감 중이어야 했는지 의아하다.
▷2012년 국회에 입성한 최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선돼 8년 만에 국회에 돌아왔다. 그해 6월 과방위원장이 됐다. 그해 8월은 국감 기간이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국감 때 피감기관으로부터 축의금을 수금하려는 목적으로 결혼식을 늦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의문을 풀어야 할 책임은 최 위원장에게 있다. 하지만 그는 29일에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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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이 노무현 정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국감 기간에 딸 결혼식을 치러 피감기관들을 오게 해놓고 이를 ‘건전한 세포’라고 주장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듯하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없애야 할 암세포라고 낙인찍으며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낡은 진영 논리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같은 당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가치를 해하는 것도, 엿장수 마음도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겠나.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