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시모노비치 전 크로아티아 법무부 장관 국제사형제 반대위원회(ICDP) 위원으로 방한해 대담
사형제 폐지 관련 논의를 위해 방한한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ICDP) 위원인 차히아긴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과 이반 시모노비치 전 크로아티아 법무부 장관이 17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과의 대담에서 “쿠데타(12·3 비상계엄)가 성공했으면 사형제 악용됐을 것”이라며 사형제 폐지를 촉구했다.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호텔에서 ICDP 위원인 엘벡도르지 전 몽골 대통령(가운데), 시모노비치 전 크로아티아 법무부 장관(왼쪽)이 형사법무청잭연구원 김대근 연구위원(오른쪽)과 사형제 폐지 관련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한국에서 쿠데타 시도 아무도 예상 못 해”
ICDP는 전직 국가수반, 유엔(UN) 고위 관리 등으로 이뤄진 위원 25명으로 구성되며 사형제 폐지 및 완화를 위해 국제적으로 앞장서 왔다. ICDP의 방한은 이번이 5번째로,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과 시모노비치 전 장관은 14일 입국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전·현직 국회의원 15여 명,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만난 뒤 각각 20일, 18일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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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에서 김 연구위원과 사형제 폐지 관련 대담을 진행했다. 이날 대담에서 시모노비치 전 장관은 “한국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은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이지만, 사형 집행이 다시는 없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사형제가 악용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도 “지난해 쿠데타는 한국 사람들이 사형 폐지와 관련해 각성하는 계기였다. 사형제는 정치인이 정적을 제거하는 데에 악용될 수 있다”며 “몽골에서도 1930년대 스탈린의 대숙청으로 성인 인구의 6분의 1이 죽었다”고 사형제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 “사형제 폐지와 대안 도입 같이 논의해야”
이들은 사형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몽골 대통령으로 취임해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한 뒤에 5년 연속 범죄율이 떨어졌었다”며 사형제에 범죄 억제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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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비치 전 장관은 “조 장관과 정 장관께서 사형제를 포함한 인권 이슈의 중요성과 사형 폐지의 근거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두 장관이 힘을 합쳐서 사형제 폐지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엘벡도르지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단순히 사형 폐지 또는 존치를 물어보면 존치 의견이 많겠지만,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 결과가 달라진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