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中, 자국업체 치료제 첫 시판 허가
글로벌 제약사 GSK 임상3상 진행
B형 간염 환자 전 세계 2억여명
업계 “치료제 하나둘 승인 임박”
간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2위로 사망률이 높고 재발이 흔한 치명적인 질병으로 꼽힌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암 환자에게 로봇 간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에서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 바로 ‘간암’이다. 간암 환자의 75%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이 이제 막 열리고 있다. 중국에서 첫 치료제가 허가된 데 이어 GSK, 로슈, 얀센 등 신약 개발 강호들도 잇달아 의미 있는 임상 시험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이에 따라 간암 완치율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이달 13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세계 최초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를 허가했다. 중국 샤먼 터바오 바이오텍이 개발한 ‘파그빈’은 C형 간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면역세포 단백질(인터페론) 계열의 주사제로 항바이러스제와 병용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승인을 받았다.
● 中 최초 B형 간염 치료제 승인
간염 바이러스에는 A형, B형, C형 등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이 중 A와 B형 바이러스는 그간 치료제가 부재해 일반적인 항바이러스제로 간염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였다. 반면 C형 바이러스는 2013년 첫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돼 간염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기여한 과학자 3명은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세포 표면에 특정 항원(HBsAg)이 돋아나 있는데, 이 항원의 검출 여부를 통해 B형 간염 보균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보균자의 경우 바이러스가 있지만 활동을 하지 않아 간 기능이 정상적인 상태다. 다만 과도한 음주나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에 의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활동을 하기 시작해 간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B형 간염으로 본다. 간염이 지속되면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실제 간암 환자의 70% 이상은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전에는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해 미리 감염을 예방할 수 있지만 만성 B형 간염이 발생하고 나면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증상을 개선하게 된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즉,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중국에서 허가된 파그빈은 B형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면역 세포의 기능을 극대화해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제거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파그빈의 주 원료인 인터페론 알파는 면역세포에게 ‘공격 개시’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특히 바이러스의 침입 시 많이 분비된다. 파그빈은 생명공학적인 방법으로 이 단백질의 지속 시간을 늘린 물질이다.
● 2032년 40조 원대로 성장 전망
글로벌 제약사인 GSK가 개발 중인 B형 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인 ‘베피로비르센’은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에 붙어 더 이상의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작은 유전자 조각(ASO·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제다. GSK는 임상 2b상에서 베피로비르센이 약 10%의 환자에게서 완치 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전 세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약 20억 명으로,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2억6000만 명이다. 업계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치료제들이 하나둘 승인에 가까워지면서 치료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앞서 대상포진 백신인 GSK의 싱그릭스가 출시된 이후 관련 시장 규모 자체가 3배 가까이 성장한 사례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B형 간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222억 달러(약 32조 원)에서 2032년 302억 달러(약 43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