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오아르미술관 전시장에서 보이는 왕릉. 경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주 노서동 고분군 쌍분 바로 옆에 들어선 ‘왕릉뷰 미술관’으로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오아르미술관’의 소장품 기획전 ‘잠시 더 행복하다’가 18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소장한 회화와 영상 작품 49점을 소개한다. 이우환의 ‘다이얼로그’ 시리즈부터 한국 작가 박서보, 이배와 해외 작가인 마이클 스코긴스, 준 다카하시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오아르미술관. 경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전시의 시작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차 사발인 ‘다완’이다. 이 미술관을 설립한 김문호 관장이 2005년 일본 도쿄의 백화점 갤러리에서 발견하고 소장한 첫 작품이다. 21일 미술관에서 만난 김 관장은 “일본에서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 한국의 문화재를 일본인이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점에 감동해 소장했다”며 “이 작품을 시작으로 ‘고향에 미술관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현대 미술 작품도 모으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주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김 관장은 “실은 노서동 고분군은 어릴 때 무덤인 줄도 모르고 뛰어놀던 곳”이라며 웃었다.
김 관장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극영화과에 진출해 연출을 배우고,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다가 일본으로 이주해 200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김 관장은 “어린 시절 경주에서 자랄 때 예술이나 문화에 대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오아르 미술관을 통해 ‘지역에서도 이런 전시를 할 수 있구나’라는 반응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설립 취지처럼 전시장에는 팝 아트나 만화, 애니메이션 그림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아야코 록카쿠, 키네 등 일본 작가의 작품이나 마이클 스코긴스의 ‘스타워즈’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오아르미술관은 입소문을 타고 개관 6개월 만에 약 18만 명이나 찾으며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다. 건축과 ‘왕릉뷰’를 넘어 전시 콘텐츠로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
경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