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SM 주가 조작 혐의 인정안해 다른 건으로 압수수색-영장청구 시달린 이준호 부문장 진술 믿을 수 없다고 판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소감을 빍히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hsot@donga.com
● 法 “검찰의 별건수사, 진실 왜곡”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법인인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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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별건으로 조사받으면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혜택을 받은 만큼, 허위 진술의 동기와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선고 직후에도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직접 거론했다. “본건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별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이 전 부문장의 부인 윤정희 씨가 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 대표와 이 전 부문장에 대해 수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회사 및 관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김 센터장의 ‘주가 조작 공모’를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 진술이 별건 압박 속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해 배척한 것이다.
● 檢 “항소 검토”… 카카오 “AI·글로벌 전략에 속도”
이번 사건은 2023년 2월 하이브가 에스엠 공개매수를 추진하던 시기, 카카오가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12만 원)보다 높게 끌어올려 경영권 인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인에 대한 처벌까지 검토 중”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후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으로 넘어가 김 센터장 등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2270건의 증거를 제출하며 김 센터장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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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센터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센터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며 금고형 이상 판결로 인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차질 우려도 사라졌다. 카카오 내부에선 김 센터장이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추진해온 인공지능(AI)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 등 미래 성장 아젠다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