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에 맞서자” “이민자 고통 함께”… 주최측 “美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 런던-파리-베를린 등서도 연대 집회… ‘진보 거두’ 샌더스 등 야권도 참여 트럼프, 시위에 오물투척 영상 ‘조롱’
타임스스퀘어 광장 메운 ‘反트럼프’ 물결 18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 방식을 비판하는 ‘왕은 없다(No Kings)’ 시위가 열렸다. 뉴욕 도심을 사실상 점령한 시위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반대파 탄압, 연방정부 구조조정 등을 비판했다. 이날 미국 전역 2600여 곳에서 열린 시위에 약 70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AP 뉴시스
“반(反)자본주의 성격의 ‘미국 증오’ 시위다.”(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 최대 도시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2600여 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반트럼프 시위를 조직해 온 시민단체 ‘50501’과 AP통신 등은 이날 미 전역에서 700만 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시위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독일 베를린 등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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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쓴 트럼프 시위대 조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트루스소셜에 자신을 ‘왕’이라고 비판하는 반(反)트럼프 시위대를 조롱하는 합성 영상을 게재했다. 왕관을 쓴 그가 전투기를 몰고 시위대에 오물을 투척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출처 트루스소셜
● 2600곳에서 700만 명 참석
이날 시위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민주주의 억압, 반이민 정책, 연방정부 구조조정, 경제 불평등,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 등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곳곳에서 거리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왕은 없다” “파시스트는 꺼져라” “억만장자가 미국을 망치고 있다”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
특히 시위대가 사실상 도심을 점령하다시피 한 뉴욕에서는 맨해튼 14번가부터 45번가까지 약 3.5km구간이 통제됐다. 시민들은 “내가 알던 미국이 아니다” “이민자들의 고통에 동참하기 위해 나왔다”고 외쳤다. 뉴욕 경찰은 이날 최소 1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유지를 이유로 군대를 투입한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군대를 투입하려다 법원에 의해 제지당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등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에서도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다. 핼러윈(30일)을 앞두고, 비폭력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등 우스꽝스러운 코스튬을 입은 시위자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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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뒤 미국 전역에서는 거의 매달 반트럼프 시위가 열리고 있다. 올 2월 17일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을 계기로 열린 시위를 시작으로 4월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 5월 메모리얼데이 시위, 6월 노킹스 시위, 8월 선거구 재조정 반대 시위, 지난달 노동절 시위 등이 대표적이다. 시위 장소와 참석자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 트럼프, 합성 영상으로 시위대 조롱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당일 인공지능(AI)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약 20초 분량의 합성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전투복을 입은 그는 ‘킹 트럼프’라는 이름의 전투기를 몰고 반트럼프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대량의 갈색 오물을 투척한다. 시위대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야유로 풀이된다.
그는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셧다운의 책임 또한 “민주당에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시위로 셧다운 타개 협상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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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를 계기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대파 보복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에 반파시즘 성격의 극좌 단체 ‘안티파(Antifa·Anti-fascist의 줄임말)’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민주당 거액 후원자인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가 각종 반트럼프 시위를 후원한다며 그를 기소할 수 있다고도 위협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