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남매의 셋째 아들 이호성 씨(65·전남 무안군청 계약직 공무원)는 요즘 어머니 노순자 씨(91)만 보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전만 해도 어머니가 만기발병 알츠하이머 치매로 기억이 희미해져 가족을 알아보지 못했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다. 가족들을 손톱으로 할퀴는 등 폭행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혼자 잘 걷지도 못했다. 하지만 2023년 8월부터 맨발로 맨땅을 걷기를 시작해 2년이 넘은 지금은 모든 증세가 사라졌고, 스틱을 짚고 혼자서 걷고 있다.
이호성 씨(가운데)가 어머니 노순자(오른쪽), 아버지 이양주 씨와 함께 전남 목포시 옥암동 초당산에서 맨발걷기를 하다 카메라 앞에 섰다. 목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호성 씨의 말이다.
“가족들이 다 생업이 있다 보니 치매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치매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님의 동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이강일 나사렛국제병원 이사장님 사례를 들며 파킨슨병도 맨발로 걸으면 호전되니 치매도 호전될 것이다’는 말에 자식 된 도리로 저것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무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노순자 씨가 전남 목포시 옥암동 초당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목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노 씨는 2019년 대장파열로 인한 대수술 이후 의식과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섬망증이 왔고, 2022년 말 뇌경색에 이은 중풍으로 오른쪽 팔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결국 2023년 초 지방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 6개월 뒤 다시 서울 종합병원에서도 똑같은 진단을 받았다. 아들 이 씨가 어머니와 함께 그해 8월 17일부터 맨발 걷기를 시작한 이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30분 이상 맨발 걷기를 했다.
이양주 씨가 전남 목포시 옥암동 초당산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목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맨발 걷기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 이양주 씨(91)의 중풍 및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도 치유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도 2019년쯤 뇌경색에 이은 중풍이 와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고, 그 이후 폐쇄성 폐질환으로 기침을 심하게 했다. 폐쇄성 폐질환은 호흡기의 기류 흐름이 폐쇄되어 공기의 유입량이 줄어들고, 공기의 흐름이 나빠져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폐 섬유화가 진행되고 기침도 많이 한다. 아버지 이 씨는 “아들이 시키는 대로 맨발로 걷기만 했는데 심장도 좋아지고, 밥도 잘 먹고, 몸이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심하던 기침 증세도 사라졌다.
이호성 씨(오른쪽)가 어머니 노순자, 아버지 이양주 씨,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등과 함께 전남 목포시 옥암동 초당산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목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목포시 석현동에 따로 사시는데 서로 밥도 해서 드시고, 빨래도 하시며 큰 문제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집안일은 물론 바느질도 하셔요. 제가 무안군청에서 일하고 가면 해가 집니다. 그럼 어머니께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저를 기다리셔요. 매일 저녁에 함께 걷는 게 즐거우신 것 같아요.”
고장면 대전 국립 한밭대 교수(64·화학생명공학과·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소장)는 “맨발 걷기와 치매는 상관관계가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교수의 설명이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멜라토닌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멜라토닌은 뇌 중앙에 솔방울처럼 생겨 송과체(松果體)라고 불리는 곳에서 나오는 호르몬인데 뇌 신경세포 사이를 다 지나가면서 깨끗하게 청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단백질이 끼게 되면 치매가 걸리는데 그것을 청소해 줍니다. 아크릴아마이드가 끼면 신경 전달물질이 서로 교류를 못하기 때문에 치매가 옵니다. 따라서 맨발걷기가 치매 환자들을 회복시킬 수 있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겁니다. 맨발걷기의 공통적인 특징 중의 하나가 잠을 잘 자는 것인데 그것도 멜라토닌 효과입니다. 세포를 쉬게 하고 수면을 하게 만듭니다.”
고장면 대전 국립 한밭대 교수가 맨발걷기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이는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접지(Earthing)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나트라 등)’는 논문에서 자세히 제시한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당시 논문에서도 적혈구 제타포텐셜을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이 전남 무안군 청계면 하늘별바다펜선 앞 갯벌에서 맨발걷기를 하다 활짝 웃고 있다. 무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접지가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다. 맨발걷기 접지의 항산화 효과”라고 말했다.
이호성 씨(가운데)가 어머니 노순자(오른쪽), 아버지 이양주 씨와 함께 맨발걷기 시작 2주년을 기념해 찍은 사진. 이호성 씨 제공.
전남 무안에서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됐던 고필호 씨(49)가 맨발걷기로 감각을 회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 씨는 2014년 9월 교통사고로 경추 3, 4, 5, 6번에 손상을 입어 사지 마비가 왔다. 9년 동안 재활에 매달려 운동 능력은 약간 회복했지만 감각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2023년 맨발걷기를 만나 사실상 거의 모든 감각을 되찾았다.
고필호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전남 무안군 청계면 하늘별바다펜선 앞 갯벌에서 맨발걷기를 하다 활짝 웃고 있다. 무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밤에 불 꺼지면 팔,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제 몸의 위치를 못 찾았어요. 맨발걷기를 알게 돼 시작한 지 두 달쯤 됐을 때 9년 노력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봤습니다. 어느 날 해변에 앉아 있는데 다리가 따끔한 겁니다. 모기가 문 것이에요. 그 느낌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맨발걷기가 제 감각을 깨웠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펜션 앞이 갯벌이라 쉽게 맨발로 걸을 수 있었는데…. 너무 늦게 맨발걷기를 알았습니다.”
고 씨는 자신이 아들과 함께 펜션 등을 운영하는 무안 하늘별바다 유한회사에 24시간 맨발로 황토 위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게르(몽골의 전통 가옥)를 만들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을 수 있는 실내 걷기장 및 연수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내 시설도 만들었다. 바로 갯벌로 나가서 맨발로 걸을 수도 있다. 지난달에는 ‘제2회 하늘별바다 황토갯벌 맨발축제’를 열기도 했다.
이호성 씨가 어머니 노순자 씨의 기억력들 되돌리기 위해 돌을 셀 수 있게 만든 대리석 구조물. 이호성 씨 제공.
고필호 씨가 전남 무안군 청계면에 운영하는 하늘별바다펜션. 무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목포·무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