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탈원전’ 文정부 이후 4년만 AI發 전력 수요 폭증 속 ‘역행’ 우려
KAIST 정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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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AIST 가을학기 원자력 전공 지원자가 4년 만에 ‘0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원자가 끊긴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를 뒷받침해야 할 주요 에너지원인 원전 기술의 인재 저변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계는 향후 원전 연구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발 전력 수요 폭증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까지 원전 건설 및 연구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탓이다. 정부는 최근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며 ‘감(減)원전’ 기조를 사실상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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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수요 느는데… 탈원전→부흥→감원전에 전문인력 줄어
KAIST 원전 전공 신입생 0명… 국내 원전전공 지원 8년새 23% 뚝
학과 폐지로 이어져… 15개교만 남아
2030년엔 인력 4500명 부족 전망
“담당 부처 이원화, 사실상 수출포기”… 정권마다 정책 급변 산업 붕괴 우려
학과 폐지로 이어져… 15개교만 남아
2030년엔 인력 4500명 부족 전망
“담당 부처 이원화, 사실상 수출포기”… 정권마다 정책 급변 산업 붕괴 우려
● 8년 새 원전학과 입학생 2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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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545명에 달했던 국내 대학 원자력 전공 입학생(학사 기준)은 지난해 418명으로 23.3% 줄었다. 학·석·박사를 합친 원자력 전공 재학생 규모 역시 2016년 2543명에서 지난해 2156명으로 15.2% 감소했다.
입학생 감소는 학과 폐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 전공 학과가 있는 대학은 2016년 전국 18개교였지만, 2018년 영남대 기계공학부를 시작으로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2020년), 위덕대 에너지전기공학부(2023년)가 연이어 사라지면서 지금은 15개교만 남았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관계자는 “지난해 1학년 정원 440명 중 올해 2학년이 되면서 원자력공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9명뿐”이라며 “원전 업계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원전 경쟁 치열한데 韓은 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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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부터는 원전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 혼선은 국정감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3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서라도 원전은 필요하다”고 한 반면 1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확정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대해 “필요성이 없다면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담당 부처를 이원화한 것은 사실상 원전 수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원전 건설 및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한국만 정책 혼선 속에 미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450여 기에 달하는 전 세계 가동 원전 규모가 2050년에는 최대 1000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매출액은 2023년 24조3000억 원에서 2030년 32조8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인력 수요 역시 3만7500명에서 5만15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2030년 공급 인력은 4만7000명에 그치는 등 인력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 저변 약화로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미래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원전 기업들도 국내 일감이 끊긴 상태에서 해외 수출로 원전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전 주기기 제작 및 보조기기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원전 산업 공급망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원전 정책이 필수”라며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공학적인 판단으로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