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2025.09.26. 서울=뉴시스
“….” (윤석열 전 대통령)
15일 ‘평양 무인기(드론)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파견 검사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7월 10일 재수감된 이후 특검 수사와 재판을 전면 보이콧 해 온 윤 전 대통령은 이날은 이례적으로 저항 없이 특검 사무실로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재수감된 지 97일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조사가 시작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인정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입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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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은 15일 오전 7시 30분경 서울구치소 독거실을 찾은 김도형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특검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24일과 30일 “평양 드론 의혹 관련 외환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으라”며 출석을 요구했는데,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다만 이날 조사는 체포영장 집행이 아닌 임의 출석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소장과 면담에서 “내가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은 “올 8월 김건희 특검의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 후 구치소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고 (윤 전 대통령이) 변호인들에게 언급해 왔다”며 “구치소에 부담을 주기 싫고, 교도관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영치품으로 보관돼 있던 양복으로 갈아입은 뒤 손목에 수갑을 차고 교도관들과 함께 법무부 호송차량에 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 2025.9.26.뉴스1
특검은 이달 중 윤 전 대통령에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11월경 평양과 남포 일대로 전단통이 부착된 드론을 날려 전방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안보에 위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용대 드론사령관도 이 같은 일반이적 혐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 응하면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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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2025.01.31. 서울=뉴시스
이에 대해 특검은 “신속히 법원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판사가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데 특검이 추가 수사 없이 곧바로 ‘다른 판사 판단을 받겠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과도한 사법부 압박이 될 수 있고 사법 신뢰를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수사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