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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응팀 오늘 캄보디아로…“연락두절 한국인 80여명”

입력 | 2025-10-15 03:00:00

올해 8월까지 감금 신고 330명… 부실 대응 논란에 뒤늦게 대책 분주
李대통령 “피해자 보호-송환 최우선”… 캄보디아 경찰과 합동 대응 나서
출국장에 경찰 배치, 범죄실태 안내



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처


캄보디아 현지에서 연락이 끊겨 생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한국인이 최소 8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5일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한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해 캄보디아 경찰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사기 사건에 대한 본격 대응에 나선다. 하지만 현지 실종자 가족들과 교민 사이에선 “피해를 호소할 때는 듣지 않다가 이제야 움직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소 80명 연락두절, 정부 부실 대응 한몫”

14일 외교부는 “올해 1∼8월 취업 사기로 캄보디아에 입국해 현지 공관에 감금 피해 신고가 접수된 한국인은 총 330명이며, 이 중 260여 명이 종결되고 70여 명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220여 명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10여 명의 안전 여부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들 80여 명에 대해 “어디 구금돼 있는지 정확한 소재지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당국에 적발돼 현지 구치소에 구금돼 있는 한국인도 63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온라인스캠 등에 가담한 피의자 신분이다.

최근 잇따른 캄보디아 내 납치·고문 사건을 감안하면 실종된 이들 중 상당수는 ‘웬치(범죄단지)’ 등에 감금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도 ‘가족·지인이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끊겼다’는 신고가 추가로 접수되고 있어 실종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 이달 9일에도 경기 성남경찰서에는 “캄보디아에 간 20대 아들이 지금 납치됐으니 2만 테더 코인(약 3000만 원)을 보내 달라고 한 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과 인천, 경남 함안 등에서도 이달 들어 비슷한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 확산에는 정부의 미흡한 대응 체계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피해자가 직접 위치와 연락처, 건물 사진, 여권 사본, 구조 요청 영상을 첨부하여 신고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을 압수당한 채 웬치에 감금된 피해자들은 사실상 신고할 방법이 없다.

수사도 혼선을 빚고 있다. 전북경찰청이 종결 처리한 20대 실종 여성 사건을 두고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자 서울경찰청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 여성의 가족은 3월 딸로부터 “위험에 처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손가락을 다친 사진을 받고 신고했다. 경찰은 당시 “안전을 확인했다”며 사건을 종결했지만, 여성이 귀국 요구를 거부하고 현지에 머무르자 범죄조직 가담설이 불거졌다.

● 한국-캄보디아 경찰, 합동 대응하기로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캄보디아 사건을 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가장 큰 책임”이라며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송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와 긴급 접촉해 양국 경찰을 중심으로 ‘스캠 합동 대응 TF’ 구성에 합의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정부 합동대응팀 일원으로 15일 출국해 캄보디아 당국과 구금된 내국인 송환, 추가 경찰관 파견, 대학생 피살 사건 공동조사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경찰은 아세안 국가들과 공조해 ‘국제공조 협의체’를 출범시켜 동남아 내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에 대한 합동 작전, 웬치 단속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금 중인 63명을 특별 항공편을 투입해 1개월 내에 전원 송환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찰은 이달 중 대국민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해 피해 규모와 원인을 파악하고, 인천국제공항 게이트에도 경찰관을 배치해 캄보디아 내 범죄 실태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주요 범죄 지역을 여행금지(여행경보 4단계)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현지 교민사회는 정부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다고 비판했다. 프놈펜 인근에서 건설 사업을 하는 권모 씨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인 피해자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대사관의 대응은 여전히 서류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원이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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