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노벨상] 발표 전날까지 수상 욕심 드러내… 오바마엔 “한 것도 없이 받아” 폄훼 외신 “트럼프, 노르웨이에 보복 우려… 관세 인상-국방비 증액 압박 가능성”
네타냐후 “트럼프, 노벨 평화상 자격 있다” 합성사진까지 이스라엘 총리실이 9일(현지 시간) ‘X’에 가짜 노벨상 메달을 목에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옆에서 미소 짓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합성 사진을 게재하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노벨 평화상을 탈)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사진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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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기 때부터 노벨 평화상 수상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상이 또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간)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나라를 망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노벨위원회)은 상을 줬다”고 불만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노벨 평화상에 관한 질문을 받고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 상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자신은 집권 1기 때부터 줄곧 수상 의지를 드러냈고 실제 성과도 거뒀지만 노벨위원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었다. 나는 8개의 전쟁을 멈췄다”고 자찬했다. 올 1월 재집권 후 캄보디아-태국, 코소보-세르비아, 콩고민주공화국-르완다, 파키스탄-인도, 이스라엘-이란, 이집트-에티오피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을 종결시킨 데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평화구상 1단계 합의를 이끌어낸 점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6월에도 자신이 집권 1기인 2020년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의 외교 정상화를 이끌어낸 점을 강조하며 “내가 4, 5번 (노벨 평화상을)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내 이름이 오바마였다면 대통령 취임 10초 만에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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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니나 그레예르 노르웨이 오슬로 평화연구소장은 9일 미국 시사매체 타임 기고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제 협력보다 고립주의 노선을 강화했고 군축 노력 또한 기울이지 않았다. 수상 기준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한 점이 평화·군축·국제 협력을 증진한 인물을 기리는 노벨 평화상의 수상 원칙에 어긋난다고 논평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 영국 가디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주관하는 노르웨이에 각종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부과한 15%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조 달러(약 2800조 원) 규모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투자 자산 중 약 40%가 미국에 집중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펀드를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고, 노르웨이에 대대적인 국방비 증액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