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빌라가 현대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는 로빈슨클럽 몰디브 전경. 뒤로 리조트 부대시설이 있는 섬과 고전적인 스타일의 해상빌리가 보인다. 로빈슨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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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커튼을 걷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시야에 가득한 것은 비취색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파랗게 출렁이는 객실 전용 수영장.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테라스로 향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나무데크는 따뜻하고 부드럽다. 9월 하순 오후 5시, 적도 부근 햇살은 따갑지 않았다. 수영장 물과 바닷물이 이어져 있는 듯 보인다. 테라스 끝에는 바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사다리가 내려져 있다.
● 적도 바다에서 몽환적인 샤워를
이 모든 전망을 누워서 볼 수 있도록 객실 침대 발치는 창 방향으로 놓여 있다. 아침에 처음 보는 장면은 당연히 바다와 하늘이다. 지난해 지은 현대적 디자인의 객실이다. 침대 옆 식탁에 앉아 와인을 한 잔 기울이면서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화장실은 실내에 있고 샤워와 세면을 할 수 있는 욕실은 외부에 있는 점이 독특하다. 그 이유를 사용하면서 알게 됐다. 욕실에는 샤워부스가 2개 있다. 하나는 지붕이 있는 공간에 세면대와 같이 있고, 다른 하나는 적도 하늘을 지붕 삼아 샤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스무 시간 가까운 비행을 마친 참이라 짐을 풀자마자 지붕 없는 부스에서 샤워를 했다. 들리는 건 잔잔한 파도 소리뿐이다. 샴푸를 하며 물줄기 아래에서 눈을 감으니 인도양의 따뜻한 공기와 찰싹이는 물결 소리가 몸을 감싼다. 눈을 뜨니 샤워기에서 튕겨 나온 물방울들이 작은 무지개를 빚고 있다. 자연을 제대로 즐기는 건 이런 것이겠구나. 사생활은 보장하면서 자연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은 조화로운 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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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적도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져 있는 로빈슨클럽 몰디브 리조트 해상 빌라 객실이다. 28개 객실 모두 바다 전망이 좋도록 배치됐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만타레이(대왕쥐가오리) 몸통 모양을 닮았다. 객실을 나서 나무데크를 따라가면 로빈슨클럽 리조트 육상 빌라와 식당, 바 등이 있는 푸나마두아 섬까지 2∼3분에 갈 수 있다.
리조트에 도착하면 두 가지를 알려 준다. 몰디브 시간보다 1시간 빠른 ‘리조트 타임’이 있다는 점과 섬에서는 맨발로 다니며 자연과 하나가 되기를 권한다는 것이다. 넓이 10만7000㎡(약 축구장 15면)인 섬 둘레를 한 바퀴 걸어서 도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
해상에는 고전적 스타일 빌라가 또 있고 섬에는 해변 혹은 정원을 갖춘 두 가지 스타일 빌라가 있다. 모두 6가지 형태, 124개 객실이 있다. 이용 요금에는 하루 세 끼 식사와 일반 주류 및 스노클링 같은 간단한 스포츠 활동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 형태다. 주문 식사, 고급 술, 스쿠버다이빙, 스파 같은 것들은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3박 4일 머무는 동안 별도 음식이나 술을 주문할 이유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음식과 주류는 충분했다.
로빈슨클럽 몰디브의 선다우너바에서 바라본 석양 배경의 해상빌라들.
플로팅 조식을 객실 전용 수영장에 띄워 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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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는 한국인에겐 신혼여행지 인상이 짙다. 하지만 로빈슨클럽 몰디브에서 본 투숙객은 대부분 유럽 중장년이다. 여유롭게 자연과 음식과 주류를 즐기면서 푹 쉰다. 투숙객 20%가량만 신혼부부로 보였다. 리조트 측은 저녁에 투숙객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파티나 공연을 자주 연다. 깨끗한 하늘과 바다, 풍요로운 음식 속에 있으니 사람들은 서로에게 너그럽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도 스스럼없이 나눈다. 클럽에서 돌보는 앵무새들은 투숙객 어깨나 머리에 앉는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리조트 내 편의시설 중 신부 드레스를 빌려주는 가게. 진짜 결혼과는 상관없이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들 빌려 입는다고 한다.
● 객실 바로 앞이 천혜의 스노클링 포인트
다이빙 샵 앞의 해변. 스노클링을 즐기러 사람들이 해변으로 나가고 있다.
멋진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스노클링 포인트는 선착장 부근이다. 다양한 색상과 크기의 물고기들을 여러 산호 속에서 즐길 수 있다. 객실에서 바로 바다로 내려갈 때도 오리발과 구명조끼를 반드시 하는 편이 좋다. 물살이 센 경우가 있어 먼바다로 떠밀려 가지 않고 손쉽게 제자리로 헤엄쳐 오려면 꼭 갖춰야 한다.
더 깊은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스쿠버다이빙을 선택할 수 있다. 산호 사이를 유영하는 다양한 열대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새끼 상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몰디브는 2000∼3000만 년 전인 신생대 중기에 바다 밑으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거대한 섬들로 인해 생긴 산호섬으로 이뤄져 있다. 해안가에서 자라던 산호들은 섬이 가라앉아도 위로 계속 자라 지금의 여러 환초와 환초 내부 바다 라군(lagoon)을 만들었다. 산호섬 모래 대부분은 산호가루다. 산호모래는 빛 반사율이 높아 물빛이 더 맑고 밝게 보인다. 덕분에 더더욱 아름다운 비취색 바다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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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레스토랑 앞 해변에 차려진 저녁 식사 테이블.
로빈슨클럽 몰디브의 안드레아스 스티즈 총괄 매니저는 기자가 떠날 때 ‘한국으로 돌아가면 1주일쯤 뒤 맨발로 산책하다가 서서 눈을 감아 보라’고 권했다. 몰디브 산호모래와 땅의 기운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이다. 적도의 따뜻한 공기를 입은 채로 고요함을 음악 삼아 즐기던 샤워와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본 새끼 상어를 잊지 못할 듯하다. 온통 비취색이던 풍경도 그렇다. 벌써 이 섬이 그립다.
로빈슨클럽 몰디브 리조트◇위치 몰디브 가푸 알리푸 환초 푸나마두아 섬
◇시설 성인 전용 124개 객실. 메인 뷔페 식당과 철판구이 레스토랑 2곳. 메인 바와 풀 바, 선 다우너 바. 마사지룸과 사우나. 피트니스 스튜디오 등
◇프로그램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카타마란 세일링, 패들링, 워터스키 등. 요가와 필라테스, 아쿠아 핏 등 그룹 피트니스. 비치 발리볼, 비치 사커, 배드민턴, 탁구, 당구, 크로스 골프, 빠델(Padel·테니스와 스쿼시를 섞은 운동) 등
글·사진 몰디브=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