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달러 내에서 페소 맡기면 달러 제공 베선트 “시장 안정성 위해 뭐든지 할 것” 디폴트 반복 등 경제 낙제국에 베팅 비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가운데)이 2023년 대선 기간 “각종 폐해를 썰어 버리겠다”며 전기톱을 들고 유세장에 나선 모습.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미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페소화를 직접 구매하는 등 재정 지원책을 본격 가동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수 침체와 외환위기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중요 선거에서 패배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구원 투수로 나선 것.
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으로 ‘아르헨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우파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을 돕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미국 내부에선 “미국 우선주의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 정부가 아르헨티나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직접 구매했다고 9일(현지 시간) 엑스에서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4일 동안 워싱턴을 찾은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 장관과 회담한 결과 미 재무부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과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확정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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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요 통화가 아닌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직접 구매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정치적 위기를 맞은 우파 성향의 밀레이 정권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보는 해석이 많다. 지난달 초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밀레이 대통령을 돕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밀레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과 성향이 비슷한 편이다. 밀레이 데통령은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자 뒤이어 WHO에서 이탈했다. 그는 급진 환경의제, 급진 페미니즘 등이 서구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밀레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며 친밀감을 표해왔다.
미국 내부에선 이번 조치를 두고 비판이 상당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와 베선트는 지난 수십 년간 반복해서 채무를 불이행(디폴트)하고 화폐를 평가절하한 나라에 베팅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정치 동맹인 밀레이 대통령이 10월 26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돕고, 밀레이의 좌파 경쟁자들이 권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공포로 불안해하는 시장을 진정시키는 게 목표”라고 보도했다. 경제적 목적이 아닌 밀레이 정권을 돕기 위한 지원책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셧다운 상황에서 세금으로 다른 나라 정부를 떠받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세금을 외국 정부 지원에 사용하는 게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베선트 장관 주변 인물들이 경영하는 헤지펀드 등 아르헨티나 국채를 가진 부유한 투자자들이 이번 조치로 경제적 이득을 보게 됐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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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