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인 뉴욕 〈2〉 휘트니미술관-韓 협업 물꼬 튼 유니스 리 전략파트너십 디렉터 13년간 휘트니 살림꾼으로 활약… 미술관 ‘1조원 예산’ 확보 주도 관장에 韓배려 조언해 매년 방한… 현대차 등 파트너십-후원 따내 이젠 샌프란 亞미술관 CPO로… “K미술 더 제대로 알릴 욕심낼것”
20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의 최고사회공헌책임자로 일하게 된 유니스 리 휘트니미술관 디렉터. 그가 휘트니미술관에서 구상해 실현한 ‘현대 테라스 커미션’으로 열리고 있는 마리나 저코의 설치작 ‘The River is a Circle’.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휘트니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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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외벽에 조각을 설치했던 이불, 같은 미술관 그룹전 ‘괴물 같은 아름다움’에 출품한 이수경,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에서 11월부터 개인전을 열 예정인 김아영….
최근 뉴욕에선 한국 현대미술가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가운데, 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다. 그 가운데 휘트니미술관의 ‘살림꾼’으로 13년간 활약한 유니스 리(43)를 지난달 24일 휘트니미술관에서 만났다. 그는 이전엔 없던 직책인 ‘전략파트너십 디렉터’를 2019년부터 맡기도 했다. 방문 당시, 미술관은 이 디렉터가 주도한 현대자동차와 휘트니미술관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현대 테라스 커미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 디렉터는 2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을 거쳐 2012년부터 휘트니미술관에서 근무했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가 좀 더 활성화된 LACMA에서 한국 미술계, 기업과의 교류를 경험했던 것을 살려 휘트니미술관에서 기업 파트너십과 멤버십의 새로운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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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미술관은 풀 네임이 ‘휘트니 미국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으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거나 일정 기간 활동한 작가만 전시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디렉터가 처음 미술관에 왔을 때만 해도 한국과 접점은 거의 없었다. “백남준이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 전시를 한국에 가져갔지만, 중간에 인연이 끊긴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이 무렵부터 이 디렉터는 당시 관장인 애덤 와인버그와 매년 한국을 찾았다. 한국의 관심과 환대에 반한 와인버그 관장은 광주 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도 직접 찾았다. 2023년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서울시립미술관과 공동 기획했다. 이 디렉터는 이런 과정에서 “어릴 때부터 익힌 한국인의 섬세한 배려와 ‘정’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부모님이 항상 저에게 ‘누군가의 집에 빈손으로 가지 마라’, ‘이렇게 행동하면 버릇이 없다’ 등 강조한 게 있어요. 그걸 기억해 관장님에게 ‘물건을 주고받을 땐 두 손으로 해야 한다’거나 ‘명함은 꼭 챙겨가야 한다’는 등의 팁을 드렸죠. 아무리 매너가 좋은 미국인이라도 알기 어려운 문화적 차이예요.”
최근 10년 사이 뉴욕 미술계에는 한국인이 무척 늘었다. 그들 사이의 네트워크도 끈끈하다. 이 디렉터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신기하게도 한국 사람을 만나면 정이 샘솟는다”며 “서로 돕고 알려주는 문화가 한국인의 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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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렉터는 이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휘트니미술관이 미국인만 전시할 수 있다는 한계에 아쉬움을 느낀 그는 7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의 최고사회공헌책임자(CPO·Chief Philanthropy Officer)로 선임됐다. 20일 샌프란시스코로 떠날 예정인 이 디렉터는 “한국 미술을 더 제대로 알리는 데 더욱 욕심을 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뉴욕=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