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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총리 27일만에 사임… 벼랑 몰린 마크롱

입력 | 2025-10-09 01:40:00

르코르뉘 “정부 운영 불가능” 사직
긴축 예산안 인준 두고 野와 대치
지지율 최악 마크롱, 의회해산 시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뉴시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사진)가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돼 사임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6일 “정상적인 정부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리로 임명된 지 27일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힌 것. 이로써 르코르뉘 총리는 프랑스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을 잃은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 등 집권 2기 들어 다섯 번째로 총리를 잃게 됐다.

르코르뉘 총리는 내년도 긴축 예산안과 새 내각 구성을 두고 야당과 정치적 타협을 시도해 왔다. 정치적 난국 타개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인 연금개혁을 중단하는 카드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당은 마크롱 대통령 사임과 의회 해산 등을 요구하며 내년도 예산안 인준에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집권 뒤 최저치라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레임덕과 각 정당의 차기 대선 주자를 뽑는 경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진단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은 르코르뉘 총리의 사직을 수용하며 “8일 저녁까지 국가 안정과 행동 방침을 마련하기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8일까지 내년도 긴축 예산안 관련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 “대통령이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엘리제궁 측은 전했다. 이를 두고 ‘의회 해산’ 등 특단의 조치를 암시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회 해산으로 조기 총선이 치러질 경우 의석수가 현재보다 줄어들 우려가 큰 정당들에 타협을 압박한 것이다.

하지만 주요 야당 정치인들은 계속 마크롱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좌파 진영은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면 좌파 출신 총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과 내각의 권력을 나누는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 출신 총리가 임명되는 동거정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극우 국민연합(RN)은 차기 정부 구성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는 “더 이상 국가가 유지되지 않고 있다”며 “예산안 통과 직후 마크롱은 사임해야 한다”며 조기 대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2027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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