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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로 포항은 죽음의 문턱, 시장이 美 시위까지”

입력 | 2025-10-05 16:10:51

美 WSJ, 철강도시 포항 집중 조명
이강덕 시장 ‘워싱턴 시위’도 다뤄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9월 워싱턴 D.C에서 한국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미국 정부와 시민사회에 설명하고 동맹국간 신뢰에 기반한 공정한 무역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알리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항시 제공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관세 때문에 포항은 죽음의 문턱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WSJ는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백악관 근처에서 관세 항의 시위까지 벌인 이 시장의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WSJ는 “포항은 미국의 피츠버그처럼 철강 제조의 대명사인 지역”이라며 “새로운 50% 관세는 큰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4일(현지 시간) WSJ는 “이강덕 포항 시장은 올해 여름 지역 관계자들을 만나 경제 비상사태를 논의했다”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직후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63살인 이 시장이 ‘미국에 가서 시위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때 동료들은 웃어넘겼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하지만 이는 농담이 아니었다. 이 시장은 지난달 1, 2일 정말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관세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당시 그가 든 현수막에는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철강 관세 부괄르 멈춰주세요’, ‘Please stop imposing steel tariffs’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현수막을 들고 있는 이 시장 뒤로는 백악관이 보였다. 대부분의 행인들은 이 시장의 시위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는 격려의 의미로 ‘엄지 척’을 치켜세우고 손을 흔들어 지지를 보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국에 부과하는 관세로 고통받는 이 시장의 절박한 사정을 반영했다”며 “그는 백악관 근처서 시위를 벌인 매우 드문 공무원”이라고 전했다.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철강 관세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 중인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가운데)와 일행. 포항시 제공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은 7월 타결된 것처럼 보였지만 이후 대미 투자금 문제 등을 놓고 다시 협상이 흔들리고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잠정 합의안에서 철강 관세 변경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6월 철강 수입품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유럽연합(EU)도 수입 쿼터 감축, 관세 50% 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WSJ는 “한국의 철강 산업은 전쟁 뒤 국가 재건의 경제 엔진 역할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포스코(포항제철)가 있는 포항은 조선, 자동차, 건설 등 한국의 주요 산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한국산 철강은 전 세계의 수요 둔화, 값싼 중국산 철강 공세에 밀려 고전 중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관세 변수까지 터진 것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뉴스1

포항의 지역 경기도 심상치 않다. WJS는 “포스코가 생산한 철강 코일을 운송하는 트럭 운전사 장모 씨는 ‘미국 관세 발효 이후 수입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철강 제품을 운송해야 할 트레일러들이 창고 앞에 서 있는 나날도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최근 포항 지역 주요 제철소들의 가동률은 60~70%로, 과거의 90%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는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고, 거리 곳곳에는 상가 공실이 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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