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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스타벅스 코앞에 루이싱 ‘인해전술’… 美中 커피전쟁

입력 | 2025-10-05 13:00:00


미국 뉴욕 맨해튼 루이싱커피 매장. 루이싱커피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중국 커피 시장을 제압한 중국의 루이싱커피(瑞幸·Luckin)가 미국에서 스타벅스와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7월 미국 뉴욕 맨해튼 스타벅스 매장 60m 거리에 1호점을 낸 루이싱은 현재 5개까지 점포를 늘렸다. ‘1.99달러(약 2800원)’ 쿠폰 등을 앞세우며 미국에서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스타벅스는 치솟는 원두 가격에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매출이 지속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직원 900명을 해고하고, 북미 매장 중 1%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일부 사업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물가가 오르고 주요국들의 무역 갈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커피를 찾은 영향이다. 지난해부터 기후변화로 브라질, 베트남 등 원두 가격이 치솟았다. 대형 커피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커피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브라질에 부과한 50% 관세로 가격이 오르면 이 같은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스타벅스 VS 루이싱, 美中 커피 전쟁
루이싱은 7월 뉴욕시 한복판에 첫 매장을 내고 인스타그램에 “이건 시작일 뿐이다. 뉴욕, 우리가 왔다”고 올렸다. 외신들은 1호점 인근에 스타벅스가 있는 것을 거론하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평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루이싱의 강점으로 편의성과 가격을 꼽았다. WSJ은 “플랫화이트부터 라즈베리 콜드부르까지 다양한 커피를 모바일 앱을 통해 매우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루이싱커피 가격(드립커피 기준)은 3.45달러(약 4800원)로 스타벅스(3.65달러·약 5100원)와 큰 차이가 얼핏 보기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루이싱의 쿠폰과 프로모션 등을 적용하면 스타벅스보다 50% 이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WSJ은 최근 ‘스타벅스, 물러서지 않는 새로운 경쟁자와 직면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루이싱 앱의 쿠폰은 카페인만큼 중독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2017년 10월 등장한 루이싱은 일찌감치 키오스크·앱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에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를 전파했다. 2년 만에 4500개까지 매장이 늘었지만, 2020년 4월 최고경영자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면서 나스닥에서 퇴출됐었다.

하지만, 이후 회생 과정을 거치면서 2022년부터 다시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고 ‘9.9위안(약 1940원) 아메리카노’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쳤다. 현재 전 세계 루이싱 매장은 2만4000여 개에 달한다.

중국에서 매장 수로는 루이싱이 스타벅스를 이미 넘어섰다. 루이싱은 2023년 1만3300개로 매장을 늘리면서 6800여 개를 보유한 스타벅스를 제쳤다. WSJ은 “1999년 스타벅스가 전통적으로 차를 마시는 베이징에 첫 매장을 냈을 때 루이싱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루이싱은 등장 6년 만에 스타벅스를 추월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루이싱커피 매장. ‘앱을 다운 받으면 1.99달러(약 2800원)에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안내가 눈에 띈다. 맨해튼=AP뉴시스




흔들리는 스타벅스, 치솟는 원두 가격
스타벅스는 인력 감축과 매장 폐쇄를 포함한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AP통신 등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전했다. 스타벅스는 북미 지역 매장 1만8700여 곳 중 400여 곳을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에 투입되는 비용 중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는 직원 퇴직금에 쓰일 예정이다.

스타벅스는 올 2월에도 직원 1100명을 해고했는데 올해만 두 번째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니콜 CEO는 “고객과 파트너가 기대하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거나 재무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매장은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적도 부진하다. 스타벅스의 2분기(4~6월)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47%나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북미 지역의 동일 매장 매출도 2% 감소해 6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고객들이 스타벅스를 덜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라고 전했다.

스타벅스 측은 질적 개선을 통한 성장을 꾀하겠단 전략이다. 올해 북미 매장을 축소하지만 내년부터는 1000여 개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신규 출점도 재개하겠다는 것. 일종의 ‘브랜드 리빌딩’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원두 가격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7월 로스팅한 원두 가격은 1파운드당 8.41달러(약 1만2000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33%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NBC는 “브라질, 베트남 등 주요 커피 생산국에서 가뭄 등 기상 악화로 작물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커피 가격이 급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커피 가격도 50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

‘트럼프 관세’도 부담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을 이유로 브라질에 50%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쿠데타 혐의 등으로 최근 27년형을 선고받았다.

세계 최대 커피 수입국인 미국은 공급량의 32% 가량을 남미 국가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브라질 등과 관세 갈등이 이어지면 원두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피터 코핸 미 뱁슨칼리지 교수는 “만약 무역 전쟁으로 다양한 제품 가격이 급등하거나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진다면 현재 일주일에 한두 번 비싼 음료를 사는 스타벅스 고객들 중 일부는 ‘음료보단 월세나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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