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립니다. 국회가 정부 정책이나 예산 집행 등을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입법 행정 사법이 서로 견제토록 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정감사를 ‘1년 농사’라 일컬으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임하는 이유입니다. 여의도 현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있는 동아일보 정치부 정당팀 기자들이 국감의 속살을 가감없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동아일보 DB
윤석열 정부 당시 대대적인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인공지능(AI) 기반 침수 피해 통보’ 시스템 개발 등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55개 연구개발 과제가 중단되며 대규모 ‘매몰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 정부의 R&D 예산 삭감 기조로 인해 오히려 대규모 예산과 국비를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실이 3일 산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지난해 기준 총 55개 R&D 과제가 예산 삭감을 이유로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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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과제 중에는 ‘AIoT(인공지능 + 사물인터넷) 기반 침수 위험지역 피해 저감을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통보시스템 개발, ’백신 제형 개발 및 대량생산 공정 개발‘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는 사업도 다수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도체 공정 개선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연구 과제나 전기차와 태양광 산업 발전 지원 등 탈탄소 전환과 관련된 과제도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동안 예산을 100% 삭감해 사실상 포기시킨 R&D 과제는 11건, 50% 이상 삭감된 것은 1084건에 달합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국가 R&D 예산은 2023년 31조1000억 원에서 2024년 25조9000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습니다. 당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R&D 예산을 2023년 대비 약 2% 인상한 예산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R&D 예산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 큰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예산 5조2000억 원(16.6%)이 대폭 삭감된 새 예산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
과기부는 지난달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R&D 삭감 진상조사‘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정부보다 9조 가량 증액한 35조3000억 원 규모의 R&D 예산을 편성하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회복시켰지만, 이미 낭비된 세금과 떠나버린 연구원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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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