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서울시보라매병원 종양내과 교수
김진수 서울시보라매병원 종양내과 교수
최근 새로운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며 암 치료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전이암은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완치율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암 전문의들이 동의하는 것은 조기에 암을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암 조기 검진을 위해 사용되는 영상 검사는 일정 크기 이상이 돼야 발견할 수 있다. 췌장암, 폐암의 경우 상당 부분 전이된 뒤 진단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는 고도화된 정밀 기술로 다시 혈액 검사를 이용한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액체생검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혈액 내 암유전자나 암세포를 검출하는 것이다. 워낙 양이 적어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필자와 고려대 안암병원 허준석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접목한 액체생검 기술로 암 조기 진단에 도전하고 있다. 크리스퍼로 알려진 유전자가위는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던 기술이다. 현재 유전자 교정을 통한 질병 치료에 주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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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최근 저명한 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에 연구 결과를 제출했고, 수월성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개발한 기술을 1, 2기 췌장암과 폐암 환자의 조직과 혈액에서 검출한 유전자에서 비교해 보니 일치도가 93%를 넘었다.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진 췌장암도 간편한 채혈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암 치료를 받은 환자 상당수는 질환이 재발하기 때문에 적절한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재발 진단에는 주로 영상 검사가 사용되는데, 보다 빨리 암 재발을 발견하기 위해 최근에는 액체생검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액체생검 연구는 해외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날이 머지않았다.
김진수 서울시보라매병원 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