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투자결정 방해 등 문제 공유 경제형벌 합리화… 보완 입법” 110개 징역규정, 과태료-벌금 전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당정은 30일 국회에서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협의회를 열고 배임죄를 전면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정부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며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없도록 대체 입법 등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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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배임죄로 기소돼서 재판이 중단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극구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구하기’를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경영 판단 처벌은 과도” 배임죄 폐지… 경제형벌 110개도 완화
배임죄, 韓-獨-日만… 美-英은 없어
자금 유용 등 범죄는 별도 입법 계획
“징벌적 손배 금전적 책임은 강화”
車튜닝 등 경미한 위법 징역형 폐지… 최저임금법 사업주 면책 조항 신설
자금 유용 등 범죄는 별도 입법 계획
“징벌적 손배 금전적 책임은 강화”
車튜닝 등 경미한 위법 징역형 폐지… 최저임금법 사업주 면책 조항 신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상법은 물론이고 형법상 배임죄를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기업 달래기’ 카드로 풀이된다. 민주당 주도의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 옥죄기’라는 반발이 이어지자 재계의 숙원으로 꼽히던 배임죄 폐지를 위한 전향적인 조치에 나섰다는 것. 독일과 일본, 한국에만 존재하는 배임죄는 그중에서도 한국의 배임죄가 특히 적용 대상이 넓고 요건이 추상적이라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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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당정협의회에서 “과도한 경제형벌은 기업뿐 아니라 자영업자, 소상공인까지 옥죄며 경제 활력을 꺾어 왔다”며 배임죄 폐지 방침을 밝혔다. 형법과 상법 등에 규정된 배임죄는 회사 등에 속한 사람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거나 제3자가 이익을 얻게 해 회사 등에 손해를 입히면서 성립하는 범죄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영상의 판단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처벌되는 등 과도하다는 지적이 재계를 중심으로 잇따랐다.
해외에 비해 유독 한국에서 배임죄 처벌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 영국에는 배임죄라는 범죄 자체가 없다. 독일과 일본은 형법에 ‘배임죄’를 명시하고 있지만 독일은 기업의 경영상 판단일 경우 책임을 면해 주고 있고 일본은 고의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요건을 명확히 하는 등 처벌 범위가 제한적이다.
민주당은 임직원의 법인 자금 사적 유용 등 기존 배임죄로 처벌했던 범죄 중 처벌 가능한 범죄 유형은 별도로 정해 입법 공백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배임 관련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 기존 배임죄의 주체와 행위 요건을 구체화하거나, 상법 등 개별법에 구체화된 배임 행위 규정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단장 권칠승 의원은 “상법에 경영상 판단 원칙과 주주 책임 원칙 같은 걸 넣는 식으로 각각의 개별법에 넣으면 딱 들어맞는데, 특별법처럼 단일 법전으로 만들면 그렇게 콕콕 찍어서 하는 게 조금 애매할 수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배임죄 폐지에 따른 대체 입법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법무부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배임죄 판례 분석과 법안 작업 범위가 광범위해 처리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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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을 완화하는 대신 금전적인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선도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능형로봇법이다. 현재 배달로봇 등의 안전인증사항에 대해 별도 인증을 받지 못한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안전에 영향이 작은 부품 크기 등 경미한 변경의 경우 사전 승인 없이 개조하더라도 위험이 커진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형벌은 폐지하고 과징금만 최대 5000만 원으로 개정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겨냥한 형벌 조항은 폐지하고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자동차관리법상 트럭 짐칸(적재함) 크기 변경과 같은 경미한 자동차 튜닝을 승인 없이 한 경우 징역 1년, 벌금 1000만 원 이하였던 형벌을 폐지하고, 과태료 최대 1000만 원과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