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주년] 〈14〉 지역이 관광 전략을 이끈다 7개 시군 연계 복합해양레저관광 경남道 제안, 정부 공모사업 선정… 1.1조 투자 年 254만명 관광 기대 여수~부산 152km 해상도로 추진 취업 유발효과 2만5000명 넘어… “국가 균형발전 이끌 새 전략 주목”
올해 6월 4일 열린 국내 유일의 국제사이클연맹(UCI) 공인 국제 대회인 ‘2025 투르 드 경남’ 통영 스테이지 모습. 경남도는 남해안이 가진 장점인 천혜의 자연 경관을 활용해 세계 최고의 관광산업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경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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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을 가든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볼 수 있고 즐길 거리도 많아 해외 대신 남해안 곳곳을 다닙니다.”
경남 통영시에 사는 정재욱 씨(38)는 아내와 7, 4세 남매를 데리고 주말이면 통영, 거제, 남해, 사천, 고성 등 남해안 관광지를 여행한다. 정 씨는 “통영은 동남아 대표 휴양지 못지않게 이국적인 곳이 많아 젊은층 사이에서 ‘통남아’라고 부른다”며 “해수욕, 서핑, 캠핑, 낚시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고 해안 드라이브 코스도 매력적이라 가족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 “한국의 캉쿤” 통영 복합관광도시
올해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이했지만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저출산·지역 소멸 위기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경남도는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수도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관광산업을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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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이러한 자원을 한데 묶어 ‘남해안 광역 관광벨트’ 구상을 마련했다.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 계획을 포함한다. 창원, 통영, 사천, 거제, 고성, 남해, 하동 등 7개 시군과 연계해 관광자원을 연결하고, 광역 교통망을 확충하며, 민간 투자까지 끌어들이는 종합 로드맵이다. 경남도는 자체 타당성 조사를 거쳐 중앙부처에 계획을 제안하고 협의체를 꾸려 실행력을 높였다.
총 1조14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민간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금호리조트가 9400억 원을 들여 대형 리조트를 조성한다. 정부는 해양복합터미널, 요트클럽센터 등 기반시설을 건립해 단순한 관광지 개발을 넘어 숙박, 레저, 쇼핑, 문화가 결합된 해양관광 거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거제, 부산, 남해, 여수와 연계한 광역 해상관광 루트가 함께 개발돼 남해안 전체가 하나의 해양레저 클러스터로 묶인다. 완공 시 연간 254만 명의 신규 관광객이 방문하고 3200억 원 이상의 관광소비, 2400명 이상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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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해대교(4km), 사량대교(3km), 신통영대교(7km), 한산대첩교(2.8km), 해금강대교(1km) 등 5개 장대 해상교량이 포함된다. 완공되면 통영 사량도·수우도 등 주요 섬 접근 시간이 1시간대에서 20분대로 준다. 주민 생활 편의뿐 아니라 관광객 유입, 물류 이동까지 개선된다. 생산 유발효과 약 4조 원, 취업 유발효과 2만5000명 이상으로 전망된다.
● 지역 구상, 국가 정책으로 확산
경남의 관광벨트 전략과 해상국도 계획이 국가 프로젝트로 확정되면서 해수부, 국토부, 문화체육관광부는 남해안권을 국가전략 관광권역으로 지정했다. 관련 예산과 제도 지원을 연계해 추진 속도도 높이고 있다. 부산, 전남 등 인근 지자체도 협력사업에 합류하면서 남해안 전역이 하나의 관광·경제권으로 묶이는 광역 협력 모델로 발전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먼저 기획하고 추진한 모델이 중앙정부 정책으로 성장한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건우 국립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남도가 수립한 관광 활성화 전략은 지역만의 정책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국가 전체의 균형 발전을 이끌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중앙정부 주도의 일률적 사업보다 지역이 스스로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역이 먼저 밑그림을 그리고 중앙정부가 이를 국가계획에 반영하면서 민간 투자와 인프라 확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며 국가 균형발전의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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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