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개편 백지화] 野 정무위원장 협조 기대 사라져 與 패스트트랙으로 법안 처리해도… 6개월 동안 금융조직 혼란 불가피 재경부 권한 지나친 비대화 우려에… 금감원 직원들 반발도 영향 미친 듯 대통령실, 1주일 전부터 원점 재검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빼기로 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금융조직 개편안이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면서 금융체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한발 물러선 것. 하지만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특검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대신 금융조직 개편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여야 합의를 파기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혼란만 남기고 금융위-금감원 그대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 지도부가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 패스트트랙 지정 투표에서 투표수가 명패 수보다 많이 나온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우 의장,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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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도 일주일 전부터 금융조직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개월간 업무 비효율성이 만들어지는 환경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의 우려가 있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을 분리해야 금융정책을 잘 추진하게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우려와 금감원의 반발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초 금융조직 개편을 두고 ‘결국 승자는 재정경제부’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금융위로부터 금융정책 기능을 넘겨받는 재경부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공공기관 재지정과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선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개편안이 구체화한 이달 초부터 집단행동에 나선 금감원 비대위는 본회의 전날인 24일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야간 장외 집회를 진행했다.
● 부메랑으로 돌아온 여야 합의 파기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낼 수밖에 없는 통탄스러운 상황이 왔다”며 “정부조직법을 발목 잡는 것은 대선 불복이고 총선 불복”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렇게 졸속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한다니 어느 국민이 이해가 되겠느냐”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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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강경파의 반발에 여당이 3대 특검법 연장안을 수정하는 대신 야당이 금융조직 개편 관련 법안에 협조하기로 한 합의를 파기한 영향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민주당 지도부가 여야 합의를 뒤집으면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의 뼈대인 정부조직 개편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향후 금융조직 개편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동력이 크게 약화된 만큼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은 원래 국정 지지도가 높은 정부 출범 초기에 단칼에 끝내는 것”이라며 “대미 관세 협상, 부동산 가격 변동 등 변수가 계속 터져 나올 텐데 중간에 ‘올스톱’하고 조직 개편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