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젤렌스키 만난후 SNS에 글 ‘우크라 영토 일부 포기’서 달라져 “나토에 美 무기 계속 공급” 주장도 외교가 “전쟁 중재 손떼려는 것” 의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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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원래 형태로 영토를 회복할 수 있다.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트루스소셜에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후 줄곧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일부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는데,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을 거론한 건 처음이다.
다만 발언의 진의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 국가들의 외교 당국자들은 이 발언의 진짜 의미가 대(對)러시아 압박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 이번 전쟁의 중재에서 손을 떼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휴전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으로 인해 전쟁 종식이 사실상 멀어졌고 자신을 ‘평화 중재자’로 부각시킬 기회도 줄어들자 전쟁 중재에서도 거리를 두려 한다는 것이다.
● 트럼프 “러시아는 종이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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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게시글.
특히 그는 러시아를 ‘종이 호랑이(Paper tiger)’라고 조롱했다. 진정한 군사 강국이라면 승리에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을 전쟁을 3년 반 넘게 싸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 “러시아는 호랑이가 아니라 곰이며, 종이 곰 같은 건 없다. 러시아는 진짜 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최근 무인기(드론)로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우크라이나 인근 나토 회원국의 영공을 거듭 침범한 것에 대해서는 반격을 촉구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의 영공에 러시아 항공기가 진입하면 격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러시아에 유화적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태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통해 러시아의 외화벌이에 기여하고 있음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발언 진의 논란은 지속
미국 시사 매체 애틀랜틱먼슬리,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 굿 럭(Good luck to all)!”이라고 쓴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자신의 뜻에 반하는 중국, 인도, 이란 등의 정상에게 종종 냉소적으로 ‘행운을 빈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언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 지쳤다는 점을 드러낸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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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