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SCO 개발은행 설립에 전격 합의했다. 베이징=AP 뉴시스
김상운 국제부 차장
냉전시절인 1960년대 후반 국경에서 무력충돌을 벌이며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과거 중소 관계에 비춰 보면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다. 1970년 미국이 중국과 데탕트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중소 갈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아웅다웅하던 두 대국이 최근 밀착한 배경은 뭘까.
탈냉전 후 미국의 패권질서 강화와 미중갈등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으로부터 대대적인 경제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숨통을 틔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따르면 2022년 중-러 무역규모는 19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 급증한 데 이어 2023년엔 2400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중국은 서방 금수 조치의 핵심인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을 연간 1000억 달러 넘게 사들이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 제품 대신 자국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산품을 러시아에 수출해 짭짤한 이익을 보고 있다. 이 중에는 무기로 전환될 수 있는 반도체나 각종 기기들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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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2023년 11월 모스크바 회의에서 13세기 몽골제국의 봉신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지역을 다스린 알렉산드르 넵스키를 언급했다. 그는 “넵스키는 서방의 침략에 효과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몽골로 가서 칸(최고지도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칙서를 받았다”며 “몽골은 오만하고 잔인했지만 우리의 언어, 전통, 문화를 위협하지 않았다. 반면 서방 정복자들은 억압하려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포린어페어스는 “푸틴이 서방에 맞서 중국에 일정 부분 순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시진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왼쪽부터). 베이징=AP 뉴시스
반면 중-러 밀착이 예상보다 끈끈하고, 오래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미중 기술·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우크라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져서다. 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이념적 유대로 이어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러의 준(準)동맹 관계는 지난 60년간 미국의 국가이익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과 국제질서를 약화시키려는 양국의 노력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러 밀착은 우리와 관계없는 파워게임이 아니다. 북한이 중-러 밀착에 편승하며, 이를 지렛대로 미국과 핵군축을 논의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중-러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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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