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전북·경남 3개 도 15개 시·군을 흐르는 섬진강. 체계적인 수계 관리를 위해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요구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DB
전남과 전북, 경남 등 3개 도 15개 시·군을 흐르는 섬진강은 총 길이 212㎞, 유역 면적 4948㎢에 달하며, 평균 유량은 하루 415만㎥에 이른다. 강의 길이나 유역 면적이 영산강보다 커 실질적으로 국내 4대강에 속하지만, 상류에 주암댐·수어댐 등 7개 댐이 건설돼 수량이 줄어든 데다 광양만 개발과 매립으로 바닷물 수위가 상승하면서 생태 변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물 배분과 이용을 두고 자치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고 염해 피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섬진강의 환경관리와 수계유역 관리 업무는 현재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맡고 있다. 그러나 광주와 제주, 전남·전북, 경남 일부 지역을 포함해 섬진강·영산강·탐진강을 동시에 관리하다 보니 섬진강에 대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섬진강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독립 행정기구 설치 요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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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의회도 지난달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및 구례군 유치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구례군의회는 “섬진강 생태계 보전과 환경 관리, 댐 운영 등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이를 전담할 별도 기관 신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장길선 구례군의회 의장은 “2020년 수해 이후 꾸준히 제기된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요구에 이제는 중앙정부가 답해야 한다”며 “재난 관리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섬진강 수해의 최대 피해지인 구례군에 섬진강유역환경청이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시의회 역시 지난 3월 ‘광양만권 환경관리 강화를 위한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여수시의회는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산단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한 광양만권은 지리적·인력적 한계로 인해 오염 방지와 환경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신설을 촉구했다. 여수국가산단은 60년 가까이 운영되며 반복적인 사고와 오염 문제로 ‘화약고’로 불려왔고, 광양산단 인근 여수 묘도 온동마을 주민들의 체내 카드뮴·수은 등 중금속 농도가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게 조사됐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홍현숙 의원은 “환경부가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의 정책적 당위성을 마련하고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정부 조직 개편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국회도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섬진강유역환경청이 조속히 설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섬진강유역환경청 신설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환경부에도 지역 여론을 전달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 조직 간소화 기조 등으로 인해 신설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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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